▲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세상만물에 생명력이 깃드는 봄이 시작됐다. 그러나 봄의 정취를 즐기기에는 지금 우리 동구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나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는데 봄이 온 것 같지가 않다’는 이 글귀는 지금의 동구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다. 세계적인 저유가 지속과 해양플랜트 사업의 부진에서 시작된 조선업 불황은 동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과 퇴직 등의 명목으로 정든 일터를 떠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했고, 골목상권도 생기를 잃었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동구는 울산시와 함께 오래전부터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해 왔다. 또한 생산현장을 찾아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대책을 함께 수립했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공 일자리 창출, 공공사업 조기 발주 등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는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긴급 예산을 편성하는 등 지역경제 회복에 구정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울산시와 지역 정치권도 힘을 보태 주었다. 정부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 고시하고 동구에 ‘조선업희망센터’를 전국 최초로 설치하여 현재 8개월째 운영중이다. 조선업희망센터에서는 조선업 실직자들의 생계안정 및 재취업, 창업, 전직 지원, 실업급여, 직업훈련 등을 돕고 있다.

또한, 조선업희망센터 내 창업존에서는 분야별 11명의 전문위원이 배치되어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컨설팅, 창업학교 운영, 기업 사업화 패키지 지원, 특허출원 등 법률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예비창업가들의 든든한 지주목이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4만여명이 조선업 희망센터를 찾아 구직이나 실업급여 지원 등 각종 상담을 했다. 중장년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적극 발굴해 1000여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울산조선업희망센터는 1년의 기한으로 한시적으로 문을 연 기관이어서 오는 6월 말에는 문을 닫아야 하지만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해 놓았다. 조선업 불황 극복을 위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계속 운영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과 사업장 이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조선업종 전반에 걸쳐 올해 상반기 동안 2만7000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안타까운 전망도 있다.

지금 우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아 살아남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전 많은 주민들과 함께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과 사업장 이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삭발식을 가졌다. 동구를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2월27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에서 사업부 분할을 통한 분사가 최종 결정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가 중요하다. 현대중공업은 오랫동안 함께 하고 응원해온 지역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상생방안을 찾아 주길 바란다. 분할된 회사가 울산을 떠나지 않고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책임지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더불어 그간 여러 차례 주민들과 지역 정치권에 해명해왔던 경영합리화를 위한 자구책과 인력 유입 등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밝혀 지역주민들을 안심시켜 주길 바란다. 올해 7월쯤에 동구에 퇴직자지원센터가 문을 연다. 지난해 동구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퇴직을 앞두고 퇴직자들의 새로운 출발을 돕는 퇴직자지원센터를 구상했지만, 부지도 예산도 모두 부족했다. 울산시와 협의해 부족한 예산 20억원을 확보하고 국비 10억원을 더 확보해 총 40억원 규모의 퇴직자지원센터의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퇴직자지원센터는 하반기쯤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퇴직 이후의 인생을 알차게 꾸려가려는 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환절기를 겪고 있는 우리 동구. 위기 극복을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동구 주민들에게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울산의 성장엔진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우리 동구의 따뜻한 봄을 위해 모두가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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