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서점들 문화행사 앞세운 마케팅 경쟁

▲ 최근 울산지역에 대형서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문을 닫는 동네서점이 늘고 앞서 영업중이던 대형서점도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
전년보다 매출 20~30% 감소
대형서점 3곳 ‘나눠먹기’ 구도
인터넷 서점에 밀린 동네책방
대형서점엔 편의시설 등에 치여
서점수 5년새 절반으로 ‘뚝’

최근 수년새 프랜차이즈 대형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울산지역 서점업계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해 교보문고 개점 이후 서점시장은 대형서점 3곳의 3파전 구도로 재편됐고, 가뜩이나 온라인 시장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던 영세한 동네서점들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있다.

7일 울산지역 서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울산 남구 삼산동 쇼핑몰 업스퀘어 지하 1층에 업계 1위 교보문고 울산점이 문을 열면서 지역에는 기존 영풍문고(현대백화점 울산점), 반디앤루니스(롯데백화점 울산점)까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총 3곳이 됐다.

교보문고의 경우 전체 3092㎡(약 935평) 면적에 도서 15만권과 함께 문구, 음반, 기프트 등을 갖춘 영남권 최대 매장으로 개점 전 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지식놀이터 공간과 세미나 룸, 북 카페 등을 갖추고 각종 강연회와 전시회는 물론 개인 맞춤형 추천 및 전문 상담서비스 등을 시행하며 지역 서점시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교보문고의 등장으로 지역 서점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기존 대형서점들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영풍문고와 반디앤루니스 모두 전년 이맘 때 대비 20~30% 가량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디앤루니스 관계자는 “교보문고가 개점하고 또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기한파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매출이 20~30% 떨어졌다”며 “대형서점 3곳이 한정된 상권 안에 밀집해 있다보니 경쟁을 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대형서점들도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중이다.

영풍문고는 주부와 가족단위 고객에 맞춰 시즌별 추천도서 등으로 매대를 다양화 하고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저소득층 문화바우처인 문화누리카드 사용처 등록을 준비중이다.

반디앤루니스도 지난해 매장을 리모델링한데 이어 어린 자녀를 둔 고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학습, 유아, 아동 관련 서적코너를 강화하고 있다. 주말 가족단위 고객들의 즐길거리를 위해 매주 토요일 영어 구연동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대형 서점과 달리 영세한 동네서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형서점과의 경쟁에 뒤처지고,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에다 인터넷 서점과 전자서적 등이 활성화되면서 갈수력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2012년 157개이던 울산지역 서점은 2014년 말 120여개로 줄었고 지난해 말 기준 80개만 남아 최근 5년사이 울산지역 서점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30년 넘게 서점을 운영했다는 한 업주는 “할인 판매하는 인터넷서점에 밀린데다 손님들이 주차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서점을 찾다보니 동네서점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서점업계 관계자는 “1년전 교보문고까지 들어서면서 대형서점과의 경쟁에 밀려 문닫는 서점이 늘고있다”며 “대형서점의 인프라를 따라갈 수 없다보니 이런 상황이라면 몇 년안에 울산에 서점이 몇 개 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혜 수습기자 sjh3783@ks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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