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범봉(상)
청도 운문사 접어들면
70~80도 경사의 절벽 타야 상단폭포 위로 오를수 있어

▲ 상단폭포의 절구통처럼 생긴 화강암 암반위로 휘날리는 물줄기는 영남알프스 최대의 폭포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여름 장마철에는 폭포의 길이를 갈음할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물줄기가 허공에서 지상으로 내리꽂히고, 겨울철에는 폭포가 얼음으로 변하여 빙폭을 형성하는데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엄하고 신비롭다.

청도 운문사 접어들면
황소머리 조형물의 오토캠핑장
운문천-장군봉-장군평-화운교 지나
문수선원에 이르면 솔향기 물씬
하늘 가리는 소나무숲
속살까지 훤히 보이는 옥빛 계곡
30여m 높이의 장대한 못골폭포
수많은 절경 품은 곳

범봉(凡峰)은 높이 962m,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산내면 경계에 위치한  운문산과 억산 사이에 있는 봉우리이다.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1241m)이 서쪽으로 뻗어 운문지맥을 이루고, 아랫재를 사이에 두고 가지산과 자웅을 겨루듯 동·서로 나란히 서있다. 특히 운문산(1188m)은 가지산과 함께 영남알프스의 가장 아름다운 산새를 가진 산이다. 이러한 산줄기를 운문지맥이라 일컫는데 범봉, 억산, 구만산, 육화산, 용암봉, 보두산, 비학산으로 이어지는 도상거리 33.7km를 이루고 있다. 이 중 범봉 북릉은 범봉에서 북쪽으로 가지 친 12km를 일컫는다. 이 능선에는 굴렁쇠바위를 비롯한 못(안)골폭포, 등심바위, 풍혈 등 수많은 절경을 품고 있다.

이번 산행기는 울산에서 조금 떨어진 범봉을 소개하고자 한다. 언양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석남사 방면으로 가다가 덕현교차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경주, 청도 방면으로 간다. 가지산온천을 지나 이어지는 도로는 뱀처럼 휘어진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운문령(재)을 넘어 경상북도 청도군으로 접어든다. 운문령은 해발 700m로 낙동정맥이 이어져오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고개를 넘으면 운문산 자연휴양림이 나오고, 운문산 자연휴양림은 운문령에서 5분 거리에 있다. 휴양림을 지나면 삼계마을이 나온다. 삼계마을을 지나 외길을 따라 10분정도 가다가 운문사로 들어가는 첫 번째 삼거리에서 왼쪽 운문사 방향으로 2~3분정도 간다. 오른쪽에 황소머리모양의 인공조형물이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 다리(화랑교)를 건너면 주차장과 오토캠핑장이 있다.

▲ 청도운문사 인공암벽 야영장 경관. 황소머리 모양의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산행들머리(초입)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캠핑장에서 왼쪽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곧바로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오른쪽 산 사면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방음산으로 향하는 등로이고, 범봉, 못골로 가는 등로는 운문천(큰골)을 따라 가다가 오른쪽 실개천이 합수되는 지점에서 나눠진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등로는 장군봉(일명 등심바위)으로 이어지고, 개울을 건너 장군평으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 바둑판 모양의 장군평 농로길을 따라 5분정도 가다보면 공원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 뒷길을 가로질러 화운교 다리를 지나면 넓은 임도와 연결된다. 임도를 따라 조금가면 아담한 정자와 다도(茶道)쉼터, 이름 없는 선원도 만난다. 스님들은 묵언 수행중인지 인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뒤 취수탑모양의 물탱크가 나무숲사이로 보이고 왼쪽으로 스님들의 수행 공간인 문수선원이 있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하늘을 가리고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솔향기는 아직 이곳까지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계곡을 건너뛰면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 가만히 서서 귀 기울여 보니 개울 건너편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드리는 모습도 목격된다. 사방댐을 지나 두 번째 계곡을 지나면 수해로 인하여 자갈과 나무들이 뒤섞인 지점에 도착한다. 계곡 오른쪽 방향 물속은 속살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명경지수(明鏡止水)가 산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물은 맑다 못해 옥빛 그 자체이다.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이곳에서 진행방향 계곡을 따라 조금 오르다보면 범봉과 못골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수되는 지점에 도착한다. 이곳이 일명 청수탕이라 불리는 곳이다. 널따란 반석과 주변의 경관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광은 그야말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연상하리만큼 경이롭다. 계곡을 따라 왼쪽으로는 천문지골과 딱밭재로 오르는 등로이고, 오른쪽은 못골로 향하는 들머리(초입)다. 계곡을 건너 오른쪽 너덜을 따라 임도를 만나면 못골로 들어가는 등로를 제대로 찾아온 셈이다. 출발지점에서 여기까지 대략 1시간정도 걸린다. 숯가마 터가 있는 옛 임도를 따라 오르다 첫 번째 계곡을 건너기 전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보는 등로길이 있는데, 굴렁쇠 바위로 오르는 등로이다. 진행방향을 따라 계곡을 건넌다. 계곡을 건너고 이어지기를 두 세차례 거듭하다 보면 계곡을 왼쪽에 두고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오르게 된다. 한동안 가파름으로 이어지다가 두 번째 숯가마 터를 지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너덜길이 시작되고 조심을 요하는 구간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이어지는 등로는 못골폭포 아래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 하단폭포.

못골(안)폭포

못골폭포는 범봉(962m)과 범봉분맥(904m봉) 사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깊은 협곡을 타고 내리면서 형성되는 폭포로 하단폭포와 상단폭포로 나누어진다.

하단폭포는 높이가 10여m로 수직에 가까운 폭포로 주 등산로에서 약간 비껴져있다. 계곡트래킹이나 물길산행을 하지 않고는 그냥 지나 칠 수 있는 지점에 있어 초행길이라면 주위를 잘 살펴서 접근해야 한다. 하단폭포를 구경하고 상단폭포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폭포 위로는 로프 설치 없이는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단폭포까지는 5분정도 거리에 있으나 상당한 주의를 하여 접근하여야한다. 사람들은 상단폭포가 나타나면 절로 감탄사를 내뱉는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이곳, 기묘하게 생긴 바위 협곡에 30여m 가까운 직폭과 5~10m의 와폭이 빗어낸 자연의 조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절구통처럼 생긴 화강암 암반위로 휘날리는 물줄기는 영남알프스 최대의 폭포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또한 폭포 아래로 이어지는 또 다른 폭포는 접근이 어려워 그 경관을 카메라에 담기가 어려워 끝내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상단폭포에서 위로 오르는 길은 없다. 로프도 없다. 70~80도에 가까운 절벽을 타야한다. 순전히 나무와 나무뿌리를 잡고 올라야만 한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조심해서 오르면 길 아래로 펼쳐지는 폭포의 경관은 그야말로 비경이다. 여름 장마철에는 폭포의 길이를 갈음할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물줄기가 허공에서 지상으로 내리꽂히고, 겨울철에는 폭포가 얼음으로 변하여 빙폭을 형성하는데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장엄하고 신비롭다.

상단폭포를 돌아 이어지는 등산로는 두 갈래 길로 나누어지는데, 왼쪽은 범봉 북릉으로 오르는 등산로이고, 오른쪽은 범봉의 분맥인 904m봉으로 이어지는 등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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