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스토리텔링으로 재무장한 울산명소-.‘여행박사가 추천한’ 방어진 적산가옥

 

한일합병 전부터 일본인 들어와 조업
1910년 이후 순사주재소·학교 등 조성
당시의 흔적 지금도 찾아볼 수 있어
스토리 있는 울산 관광콘텐츠로 주목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은 1900년대 우리나라 근대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중 방어진항 일대에 남아있는 10여채의 일본식 주택 ‘적산가옥’은 국내 여행전문가들이 꼽은 울산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관광지(본보 1월24일자 1면)다. 한일합병 이전부터 풍부한 어종으로 일본인들이 넘어와 어업전진기지로 부흥기를 맞았던 방어진항이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역사관광 코스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동구 방어동. 내진길에 들어서 걷다보면 주변에 비해 유난히 낡은 2층짜리 건물들이 나타난다. 지금 방어진항에 남아있는 적산가옥들은 내진길과 중진길 일대에 분포돼 있다. 적산(敵産)은 본래 ‘자기 나라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敵國)의 재산’을 뜻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겨놓고 간 집이나 건물을 지칭한다.

특히 방어진항 적산가옥은 지난 1월 국내 최고 여행전문가들로 구성된 (주)여행박사 국내여행팀이 ‘숨은 이야기’ ‘숨겨진 장소’ 등 스토리가 있는 울산의 관광콘텐츠로 꼽았다. 여행박사팀은 여행상품 및 홍보콘텐츠 개발을 위한 팸투어(사전답사여행) 차 울산을 방문, 적산가옥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듣고 당초 방문계획을 수정하면서까지 현장을 둘러봤다.

이원근 여행박사 국내여행팀 총괄팀장은 “방어진 적산가옥은 이번 울산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라며 “유명 관광지보다 사람냄새가 나는 곳, 이야기가 있던 곳이라 좋았다. 특히 100년 가량된 목욕탕은 감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적산가옥 중 하나인 내진길 66번지의 일본식 주택은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보수공사를 거치긴 했지만 당시의 건물외형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이 건물의 1층에는 지금도 식당과 술집 등 상가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우측에는 좁은 일본식 골목길이 펼쳐진다. 어른 2~3명이 지나가려면 서로의 옷깃이 부딪칠 정도로 좁은 것이 특징이다.

골목길과 접하고 있는 66번지 주택의 빨간벽돌 벽면에는 간신히 사람 한명의 얼굴이 보일 정도의 작은 창이 있다. 1900년대에 전당포로 쓰였던 장소로 추정된다고 장세동 동구문화원 전 지역연구소장이 설명했다.

장 전 소장은 “이 창의 위치와 골목길에 나 있는 형태를 보면 예전에 이곳이 전당포였단 걸 알 수 있다. 창의 위쪽 벽면에 붙어있는 갈고리는 등불을 달아놓는 용도”라며 “일본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섰는데 전당포도 그 중의 하나다”고 말했다.

방어진은 울산에서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온 곳이자 울산 최초의 목욕탕이 들어선 곳이다. 한일합병 이전부터 일본인이 들어와 조업을 했던 방어진항은 1910년도 이후 일본인들을 위한 순사주재소, 목욕탕, 영화관, 학교 등 각종 편의시설과 행정시설이 세워졌다. 중진길에서는 당시 지어졌던 100여년 가량 된 목욕탕의 굴뚝이 남아있는 등 당시의 흔적들을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 울산시 동구 방어동에 위치한 일본식 ‘적산가옥’은 국내 여행전문가들이 꼽은 울산의 관광지다. 장태준 인턴기자

중진길의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언덕 위에 평평한 공간이 나타난다. 지금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방어진항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당시 선장들이 머물던 방 8칸짜리 고급관사들이 위치했던 곳이다. 그리고 이 일대에 5~6명의 순사가 파견된 순사주재소가 있어 행정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

사실 방어진은 일본인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주민 30여호가 살아가는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한일합병 이후 일본인들의 본격적인 이주가 진행되면서 가장 번성할 때에는 수 백척의 배들이 항구를 메웠고,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만 6만명까지 늘어났다. 방어진항 방파제도 일본인들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졌다. 방파제의 착공과 준공 시기, 투입 사업비, 공사 축조 관계자 등이 기록된 방파제축조기념비는 지금도 방파제에 남아있다.

한편 동구청은 1910년대 방어진항의 거리를 재현하는 국제건축 디자인거리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당시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던 ‘히나세 골목길’과 테마별 거리를 조성하는 등 오는 2018년에는 한층 멋스러운 근대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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