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때리기’ 앞장서온 中글로벌타임스, 소수 목소리 소개

▲ 롯데 상품이 사라진 중국 유통 매장. 환구망 화면 캡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내 불매 운동이 노골적이고 과격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중국 일각에서는 사드를 이유로 롯데와 한국만 공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초래한 북한, 그리고 사드를 운영하는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며 약자인 한국만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목소리가 그동안 한국과 롯데 때리기에 앞장서온 관영 글로벌타임스에서 나와 주목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로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는 9일 중국 내 한국에 대한 비난과 롯데 불매 운동 확산에 대해 일부 중국인들은 이를 ‘애국’이 아닌 ‘국수주의’로 보면서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로거인 왕우쓰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 내 반한(反韓) 시위를 비웃었다.

그는 중국의 유명한 왕훙(網紅·중국의 파워블로거)인 ‘아야와와’가 모든 한국 상품을 불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속임수라고 지적하며 “당신이 한국산 제품을 보이콧하길 원한다면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태워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왕우쓰는 “이들은 항상 ’중국을 떠나라, 보이콧하자‘라고 말하지만 당신들의 보이콧 때문에 어떤 나라의 경제가 무너진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많은 중국인이 사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터넷상에는 “왜 우리가 롯데를 보이콧하느냐. 이는 롯데가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무기는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국을 보이콧하지 않는가”라는 내용의 글이 최근 들어 많이 떠돌고 있다.

자오링민 사우스 리뷰스의 전 편집장도 파이낸셜 타임스 중문판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점을 꼬집었다.

자오링민 전 편집장은 “북한은 이 모든 것의 배후이며 미국은 한국을 이용해 목적을 이루려는 국가”라면서 “중국은 롯데를 보이콧할 수 있지만 모든 분노와 불만을 이 문제의 가장 약자에게 쏟아붓고 북한과 미국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것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또한 최근 사드 관련 중국 내 불매 및 반대 운동이 불법으로 치달을 경우 처벌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중국 내 불매 운동 속에서도 한국산 제품의 우수한 품질 때문에 계속 이용하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글로벌 타임스에 “한국산 화장품은 내 피부에 정말 잘 맞고 가격도 딱 좋다”면서 “중국인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대신 중국 회사들에 중국인의 요구에 맞는 더 좋은 화장품을 개발하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항의를 하고 싶으면 한국 업체나 한국인이 아닌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민감한 외교사안에 대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로서, 주요 독자층이 중국 내 외국인들이다.

따라서 이 신문이 한국 및 롯데 때리기 자성론을 담은 기사를 내보낸 것은 중국 당국의 ‘입장 변화’를 담았다는 시각이 있는 가하면 중국 내에도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타임스 이외에도 여타 중국 매체들도 중국인 거래상들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한국산 제품을 수입해 취급하고 있으며 주문 또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 해관을 통해 한국산 상품이 문제없이 통관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자성론이 대세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사드 문제의 본질을 이성적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롯데 및 한국산 상품에 대한 중국 내 거부 움직임은 여전히 거세다.

270만명의 팔로우를 거느린 왕훙 ‘아야와와’는 최근 “나는 사드에 반대하기 때문에 롯데에 가지 않을 것이며 한국 여행도 취소하고 한국 기업들과 협력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인 ‘주메이’의 천어우 최고경영자 또한 “한국산 화장품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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