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기준치 300배 초과’ 오염 멧돼지 버려진 집과 마을 점령

▲ 지난달 후쿠시마 일대에서 포착된 멧돼지. 신화통신=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011년 3월 원전사고로 고향을 떠난 후쿠시마(福島) 주민의 귀환을 위해 ‘방사능 멧돼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정부가 이달 말 후쿠시마 원전 반경 12마일 내 출입금지구역 4개 마을에서 철수 명령을 해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방사능 오염 멧돼지를 제거하려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멧돼지 고기는 일본 북부의 별미로 잘 알려졌으나, 6년 전 원전사고 이후 멧돼지가 방사능에 오염되는 바람에 대량 살처분됐다.

일본 정부 실험 결과 이 지역 일부 멧돼지는 인공방사성 물질 세슘-137이 안전 기준의 300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멧돼지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 지난 2012년 일본 후쿠시마 현의 한 마을. AFP=연합뉴스

멧돼지들은 사람이 떠난 뒤 마을의 빈 집과 논·밭 등을 점령했으며 사람에 대한 두려움마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후쿠시마 현에서 멧돼지로 인한 농사 피해액이 85만 4000달러(약 9억 9000만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원전 사고 발생지에서 동물이 빈 마을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1996년 인류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도 사슴, 곰, 늑대 등 야생동물들이 높은 방사능 수치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사람이 떠난 마을에 둥지를 꾸렸다.

후쿠시마 일대 지역 정부들은 사냥꾼들을 고용해 멧돼지 개체수 감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정부는 토미오카 마을에서 이제까지 멧돼지 800마리를 사살했으나,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사냥꾼에 사살된 멧돼지 수는 3000마리에서 1만 3000마리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멧돼지 사냥이 사람들의 귀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일본 정부 조사 결과, 과거 후쿠시마에 거주했던 사람 절반 이상이 방사능 위험과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해체에는 40년이 걸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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