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이 이달 1일 푸트라자야 보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이 “DNA 검사를 통한 신원확인 없이는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0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수브라마니암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일반 사망사건의 경우 처리시한이 있지만, 이 사건은 시한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DNA를 확보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의) 가족은 현재 해외에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의 DNA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북한이 자국내 말레이시아인 9명을 억류하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측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와중에 나와 주목된다.

북한은 억류자를 내세워 말레이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뒤 시신 인도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북측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제임스 친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이는 북한이 인질을 이용해 말레이시아를 협박할 수 있다는 매우 나쁜 메시지를 세계에 보내게 될 것”이라면서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시신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수브라마니암 장관은 김정남 가족의 소재지와 관련해선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정남의 가족이 말레이시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기에 곧 DNA 검사에 응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김정남의 둘째부인 이혜경과 자녀 한솔·솔희 남매가 최근 마카오를 떠나 제3국으로 도피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에 있는 본처와 아들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희박한 만큼 김정남의 시신은 앞으로도 한동안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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