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악성코드 ‘우는 천사’ 심어 해킹…“스마트TV 지나치게 영리해져”

▲ 201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관람객이 삼성 스마트TV를 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위키리크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해킹 실태를 폭로하면서 삼성전자에 유탄이 날아들었다.

CIA가 삼성전자 스마트TV를 도·감청 기구로 활용했다는 내용의 문서가 공개되면서 안 그래도 겹악재에 시달리던 삼성전자가 새로운 위험과 마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터 운영체제 등도 CIA의 도·감청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전자보다 타격이 큰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발화와 리콜로 홍역을 앓은 데다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프리미엄 가전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TV가 CIA의 사이버 첩보 활동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한층 커진 셈이다.

CIA는 2014년 영국 국내정보국(MI5)과 함께 개발한 일명 ‘우는 천사(영국 드라마 ’닥터 후‘에 등장하는 외계 종족)’라는 악성 코드로 스마트TV를 해킹한 뒤 TV가 꺼진 것처럼 위장하고 일상 대화를 녹음했다.

사용자가 TV 전원을 끄더라도 빨간 불빛과 화면만 꺼지고 녹음은 계속된다.

아예 전력 연결을 끊지 않는 한 녹음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스마트TV가 소비자들이 원하던 수준보다 훨씬 더 영리해져 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로 스마트TV를 비롯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2년 전에도 음성인식 TV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사용자들이 나눈 사적인 대화나 민감한 정보가 모두 수집돼 제삼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자주 소프트웨어와 보안 업데이트를 하는 스마트폰에 비해 TV는 사이버 공격에 한층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아툴 프라카시 미시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모든 이들이 스마트TV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은 아니기에 (스마트TV의 해킹 가능성에) 관심을 덜 기울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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