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깜짝 성적…美 10년물 국채금리 2.6% 찍고 엔화는 약세
인상속도 주목…‘ECB도 금리인상·테이퍼링’ 관측에 우려 목소리도

미국 기준금리가 길었던 초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하고 1%대로 돌아올 채비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시장은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물가상승률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에 바짝 다가섰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불과 며칠 앞두고 나온 비농업부문 고용지표는 이 같은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3월 인상 가능성을 거의 100%로 내다봤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줄줄이 올해 첫 인상 시점을 6월에서 3월로 수정했다.

이제 시장의 초점은 3월 인상 여부보다도 향후 인상 속도에 맞춰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까지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전 세계적인 긴축 움직임이 낳을 파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美 고용·물가·금융시장 모두 호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두 가지 요소는 물가와 고용지표다.

최근 발표된 고용과 물가 지표는 줄줄이 호조를 보여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 됐다.

미국 노동부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무려 23만5천 개였다.

이는 2009년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월에 이어 2월까지 두 달 연속으로 신규고용이 20만 건을 넘기면서 고용시장이 강한 호황상태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 흥분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통계지표 발표 수칙까지 어기고 트위터를 통해 “미국 노동자들에게 대단한 뉴스”라며 신규고용 수치를 공개했다.

또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증시도 ‘트럼프 랠리’ 효과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10일 0.21% 오른 20,902.98에 거래를 마쳤다.

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114.8을 기록해 2001년 7월 이후 15년 반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대외 여건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중국은 경제성장률 경착륙 우려를 딛고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유럽 경제도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 없는 수준이라는 자평이 나올 정도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 선물시장서 3월 인상확률 ‘100%’…글로벌 IB도 인상시점 6월→3월

시장에서는 이미 3월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10일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의 3월 금리 인상 확률 전망은 100%에 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도 3월 금리 인상확률을 93%로 점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올해 첫 금리 인상 시점을 6월에서 3월로 변경했다.

바클레이스 등 13개 투자은행은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모두 3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지리라 전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0일 오후 10시 9분(이하 한국시간) 달러당 115.51엔까지 오르며 장중 기준으로 1월 19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다만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지수는 9일 장중 102.25까지 올랐다가 유로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101.38로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일 장중 5bp(1bp=0.01%포인트) 오르며 2.6%를 넘겼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약 석 달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2.6%는 월스트리트의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가 경고한 약세장의 징조다.

그로스는 연초 투자전망에서 “10년물 금리가 2.6%보다 높아지면 장기 채권 약세장이 시작된다”고 밝힌 바 있다.

◇ 다음은 9월·연 3회 인상 전망…ECB까지 테이퍼링 움직임에 우려도

연준이 오는 14∼15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연방기금 금리는 약 8년 4개월 만에 1%대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이 제로(0)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2015년 12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3번째 인상이다.

이제는 금리 인상 여부보다도 속도가 중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간 연준의 금리 결정 패턴을 보면 한 번 금리 인상 탄력을 받으면 빠른 속도로 2∼4% 포인트 정도는 너끈히 끌어올렸다.

1994년에도 약 1년 만에 7차례 인상을 단행해 총 3.0% 포인트를 인상했고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에도 1년 새 6차례 인상했다.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는 무려 4.25% 포인트를 인상했다.

현재 투자은행들은 대부분 두 번째 인상 시점이 9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씨티은행과 HSBC를 제외한 나머지 11곳은 올해 3회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확한 인상 속도 전망은 연준의 점도표 발표에 따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으로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신뢰지수나 증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 경제지표까지 안정을 되찾았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추산하는 미국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3%에 그치면서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중앙은행이 돈줄 죄기에 나서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ECB는 9일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디플레이션 위험이 대체적으로 사라졌다며 더는 금리를 내리는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못 박았다.

또 ECB 내부에서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지를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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