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호 극작가

모량리 사람 손순은 부모를 봉양하며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살았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내와 더불어 남의 집에 품을 팔아 어머니를 봉양했지. 하루는 아이가 노모의 밥을 뺏어 먹는 걸 본 게야. 손순은 보고 있을 수 없어 아이를 나무라고 다신 그러지 말라고 해도 끼니 때만 되면 아이가 노모의 밥을 먹거든. 나중엔 노모가 몰래 밥을 주기까지 한다는 걸 알았어. 참다못한 손순이 아내에게 말했지. 여보, 어머니가 갈수록 기력이 없으신데 밥도 못 드셔 이대로 가다간 어머니를 일찍 여의겠소.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닌 다신 모실 순 없잖소. 못할 짓이지만 아이를 데리고 산에 갑시다.

아내도 차마 못할 짓이었지만 거절할 다른 방도가 없었어. 부부는 아이를 업고 취산 북쪽 골짜기로 가서 땅을 팠지. 아내는 아이를 업고 소리없이 울고 있었고. 땅을 다 파갈 때였어. 구덩이에서 돌종이 나오거든. 이상히 여겨 그걸 나무에 걸고 두드려 보니 은은한 소리가 났지. 부처님의 은덕이 틀림없다고 여긴 부부는 다시 아이를 업고 집으로 왔단다.

돌종을 들보에 달고 두드리니 그 소리가 대궐까지 맥놀이 쳤지. 흥덕왕이 종소리를 듣고 신하에게 일렀어. 우웅 우웅,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영묘하기 이를 데 없는 소리가 나는구려. 속히 마을에 가보시게. 왕의 사자가 종소리가 나는 손순의 집을 알아내곤 사실을 아뢰었지. 왕이 말했어. 옛날 중국의 곽거―아이를 묻다가 금솥을 얻은 한나라 사람―에겐 하늘이 황금솥을 내리셨잖은가. 아이를 묻을 땅에서 돌종이 나왔으니 이 얼마나 좋은 조짐이오.

왕은 손순에게 집 한 채를 하사하고 해마다 벼 50석을 주어 백성들이 그의 효성을 본받게 했단다. 손순은 옛집을 희사하여 홍효사(弘孝寺)를 지어 돌종을 안치했고. 진성왕대에 도적들이 돌종을 훔쳐가고 절만 남게 되었지. 근데 좀 이상해. 부모를 잘 모시는 게 효겠지만 자식을 생매장하려던 사람에게 나라에서 상을 주다니. 한나라의 곽거 일화와 같은 걸로 보아 효도를 핑계로 자식을 버려선 안된다는 그런 본보기로 지은 이야기겠지.

장창호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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