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출발·지나친 상품 판촉 등으로
저가항공기 승객 피로도 높아 유감
승객편의 뒷전 저가 서비스 돼서야

▲ 최건 변호사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필자는 동종 업계의 다른 사람들보다 해외를 자주 찾는 편이다. 한때는 취미 란에 ‘여행’이라고 기재할 정도로 여행을 즐기곤 했다. 이른바 땡처리 항공권이라고 하는 저렴한 항공권과 프로모션 등으로 저가에 판매되는 숙소를 이용한다면 그리 큰 비용도 들지 않았다. 또한 외국에서 성장하거나 공부를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해외 관련 업무를 의뢰받기도 하고,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사건 의뢰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회사가 제주도에 위치한 관계로 법정출석 및 업무 등 이유로 제주도를 자주 방문하곤 한다. 이 같은 사정으로 많으면 한 달에 수 회 정도 비행기를 이용하게 되는데 비용 절감 또는 다른 일정의 항공편이 없는 관계로 소위 ‘저가항공’을 이용하게 된다.

사실 저가항공사라는 명칭은 해당 항공사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고, 기존 항공사와 구분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도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존의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항공권의 요금을 60~70% 정도로 낮추는 운행서비스를 하는 항공사를 의미한다. 저가 항공사는 보다 오래된 항공기를 사용, 구매비용도 줄일 뿐 아니라 일등석 및 비즈니스 좌석을 없애고 좌석간격도 다소 협소하게 만들어 보다 많은 승객을 탑승하게끔 한다. 또한 기내식, 음료서비스 및 초과 수하물 운송을 유료로 해 서비스 비용도 절감한다. 항공사 자체 운영비를 줄이고자 승무원 유니폼 역시 평상복으로, 항공권 발행 또한 저렴한 재질로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저가 항공은 미국, 유럽 등에는 예전부터 존재했는데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기존 거대 항공사들의 자회사들이 주로 저가항공사로 분류되는데, 현재 알려진 것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이 있다. 몇 해 전에는 울산에서도 가칭 ‘에어울산’을 설립·운영하고자 했으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저가항공사들은 종전에는 국내의 특정된 구간(제주, 부산) 등에 취항했으나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취항하는 등 점차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저가항공사들이 당초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이 항공사들의 가장 큰 메리트인 운임은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일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부 항공권은 기존 항공사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높은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 항공사들이 ‘저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착, 지연출발이 잦을 뿐 아니라 지나친 상품 판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유료로 판매하는 기내식 및 면세품 판매를 위해 탑승객들의 편의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동남아시아를 운행하는 저가항공에 탑승하였을 때 1시간 이상 지연출발을 하고 한국 시간으로 자정이 가까웠음에도 면세품을 판매한다며 비행시간 내내 불을 켜놓고 기내방송과 상품 판매를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덕분에 승객들은 잠을 설쳐야만 했다.

저가항공은 원래 취지대로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그 부분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유료서비스가 아닌 저가서비스를 하고, 승객의 편의보다 물품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차라리 판매업으로 변경하거나 판촉비용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최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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