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두 에너지공기업의 행보가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 2014년 나란히 울산 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석유공사와 동서발전은 울산을 대표하는 공기업이자 지역사회의 일원이 됐으나, 울산에 터를 잡은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회사 안팎의 처한 상황을 보면 너무나 판이하다.

석유공사는 최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국내 유일의 시추선 ‘두성호’ 매각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다. 두성호는 1982년 한국석유시추(주)가 건조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적 시추선으로, 1998년 7월 울산 앞바다 남동쪽에서 발견한 동해­1 가스전 탐사시추에 성공해 한국을 95번째 산유국 대열에 진입시킨 상징적인 시추선이다. 이러한 시추선을 매각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자 무분별한 자산 매각이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30년간 공사가 쌓은 국내의 유일무이한 시추선 운영 경험과 기술이 고스란히 사장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경제수명을 초과했고 늘어나는 유지보수비용 등 경쟁력이 없다는 회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최초이자 국내 유일 시추선으로 유물과도 같은 존재가 고철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사실 자체로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는 앞서 지난 1월말 사옥 매각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석유공사는 당시 코람코자산신탁과 2200억원에 울산 사옥 매각 및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조건부 매각(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최초 5년간 입주하는 조건으로 임대인에서 임차인으로 처지가 바뀐 셈이다. 이러한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 등은 “사옥 매각에 따라 거액의 임대료를 지불하게 되면서 국민혈세가 낭비될 판”이라고 비판했고, 단기적 재무 개선을 위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사옥을 팔아버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 보다는 보여주기식 매각이 아니냐는 의혹도 안팎에서 제기됐다.

또 지난해는 4명의 전문계약직 채용과정에서 낙하산 채용 의혹이 불거졌고, 이는 김정래 사장의 퇴진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울산에 자리를 잡은 이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동서발전은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타 기업, 기관, 대학, 지자체들과 잇따라 협약을 체결하는 등 ICT기술 융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올해 남동발전과 함께 발전사 중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상장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두 기업의 대조되는 부분은 지역사회의 정착 노력이다. 동서발전은 울산에 둥지를 튼 이후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정기적인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 등은 물론 지난해는 어려움에 빠진 지역 중소 조선기자재업체를 돕기 위해 조선기자재 협의체를 발족해 발전산업 진출을 지원하는 등 힘을 써왔다. 특히 직원들의 울산 이주를 적극 독려해 지난 1월말 기준 동서발전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49.7%(154명)로 지역 공공기관들 가운데 가장 높다.

이와 함께 사옥의 야외음악당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각종 동호회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58억원을 들인 석유공사 내 수영장이 지자체와의 운영문제 갈등으로 결국 개장을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이제는 울산 혁신도시의 랜드마크가 “석유공사가 아닌 동서발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두 공기업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다.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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