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스토리텔링으로 재무장한 울산명소 - 9.‘7000년의 메아리’ 대곡천 암각화군

▲ 반구대 대곡천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전경.

천전리·반구대암각화, 공룡발자국 등
다양한 선사시대 흔적 있는데다
한시·산수화 등 다양한 작품 탄생한곳
학계 일각 신라문화 진원지로도 해석
한반도 역사문화 아우르는 관광콘텐츠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은 2017 울산방문의해를 대표하는 5대 관광영역 중 역사문화 영역을 대표한다. 이 곳을 흐르는 물길은 대곡댐에서 출발해 울산천전리암각화(국보 제147호)와 울산대곡리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를 끼고 돌아 사연댐에 이른다. 약 4km에 걸쳐 과수원과 암반 등 수려한 풍경을 흘러가다 반구대에 다달아 비로소 S자 큰 형태로 용트림을 한다.

계곡의 상류는 선사에서 역사시대에 이르는 많은 유적이 비교적 자연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선사시대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시대 이후 근대와 현대까지 자연환경과 인간과의 조화된 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줘 한 공간에서 인류문명사의 궤적을 한꺼번에 훑어볼 수 있다.

7000년 전 선사인은 비스듬한 바위면에 그들의 이야기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선과 면으로 그림을 새기고 또 새겼다. 삼국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시대가 바뀔수록 계곡의 신비감은 더욱 짙어져 그 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새로운 영감을 심어주는 공간적 원천이 돼 주었다. 선현의 말씀과 족적을 표현한 한시와 산수화 등 오늘에 이르는 수백여 점 작품은 그렇게 탄생했고, 우리에게 또다른 감흥을 전해준다.

▲ 천전리각석 앞 공룡발자국.

학계 일각에서는 이 곳을 울산은 물론 경주신라문화의 진원으로도 해석한다. 대곡천 암각화군에서 신라시조 박혁거세의 탄생지인 경주남산 나정까지는 약 26㎞ 거리. 선사인의 하루 보행능력이 48㎞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지역은 동일문화권이고, 특히나 말을 타고 달렸을 신라에서는 일일생활권으로도 엮을 수 있다.

지금의 대곡천은 산깊은 계곡일 뿐이지만 다양한 참나무가 서식하는 생태와 영남알프스의 풍부한 식수, 가까운 바다(울산만)의 소금과 해산물이 넘치던 그 시절은 풍요롭기 그지없는 최고의 생활지로 꼽혔을 터. 이들 공동체의 활동이 울산과 경주의 철기시대 서막을 열었다는 견해다.

‘7000년의 메아리’가 전설처럼 이어져 온 이 곳은 이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일만 남겨두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 곳 바위그림 속 고래잡이 장면을 세계 암각화의 맥락 속에서 매우 가치있게 평가한다. 지난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이후 등재 작업이 잠시 주춤했으나 지금은 시민사회단체의 공감대가 또다시 형성돼 세계유산 등재를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형성되고 있다.

▲ 천전리 각석.

이렇듯 수많은 역사문화전문가가 이 곳을 제1의 역사문화탐방지로 꼽는데는 이유가 있다. 대곡천변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지난해 처음으로 지구 반대편 포르투갈에서 반구대암각화의 국제교류전을 추진해 세계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대곡박물관 역시 최근 ‘반구대’의 가치 재조명 사업을 주도하며 암각화와 함께 대곡천 전체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곳을 다녀간 조상들의 흔적은 고대문화사, 문학사, 예술사, 인물사 등으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보고인 셈이다. 동선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울산은 물론 한반도의 역사문화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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