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묘사한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스마트TV를 도·감청 기구로 활용했다는 내용의 문서가 공개된 것은 ‘1984년’에 등장하는 정부의 상시적 감청기구 ‘텔레스크린’이 결코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서들에 따르면 CIA는 스마트TV의 보안 취약점을 해킹함으로써 그 TV 앞에 있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과 대화를 낱낱이 엿보고 엿들을 가능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CIA 개발자 그룹이 웹에 연결된 자동차들이 활용하는 차량통제시스템도 해킹하는 수단을 연구했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스마트TV 해킹 사례를 보면 CIA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기들이 웹을 통해 상호 연결되는 이른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자 일찌감치 이를 스파이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의심된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분야의 개척자였던 MGT 캐피털 인베스트먼트의 존 맥아피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위키리스크의 폭로 가운데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CIA가 미국 시민을 정탐할 모든 도구를 갖고 있음을 우린 알게 됐고 이제는 그것이 일부 정체 불명의 해커 집단이나 국가의 수중에 넘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무려 200억 대가 넘는 TV와 가전제품, 각종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IoT의 시대의 본격적 개막을 앞두고 터진 CIA의 감청 사실은 이런 점에서 지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이 자동차와 카메라, 로봇과 냉장고를 포함해 웹에 연결될 각종 기기들의 보안상 취약점을 등한시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한 완구업체에서 제조한, 와이파이가 가능한 곰 인형 ‘테디 베어’를 통해 어린이들의 대화가 온라인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서 보듯 경종은 계속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가 미국 아칸소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재판에서 검찰측이 알렉사를 통해 수집된 살인 용의자의 음성 녹음 자료를 제출할 것을 아마존측에 요구한 사례에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지난해 해커들이 알프스 산맥 자락에 위치한 오스트리아의 한 호텔의 전자 키카드 시스템을 집요하게 공격한 것도 IoT 시대에 내포된 허점을 보여준다.

해커들로부터 1500유로를 내라는 협박을 받던 호텔측은 결국 구식잠금장치 시스템으로 되돌아갔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미국의 한 가정에 설치된 스마트 TV가 해킹을 당해 나흘동안 TV를 볼 수 없는 사건도 있었다.

해커들은 피해 가정에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역시 지난해 뉴욕 타임스와 트위터 등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활용하는 미국의 인터넷 도메인 서비스업체 딘(Dyn)에 대한 대규모 디도스 공격은 그 피해가 훨씬 광범위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수천만대의 카메라와 DVR 플레이어들에 악성 코드를 심어 네트워크로 삼은 이른바 ‘봇넷’에서 쉴 새 없는 공격이 이뤄졌고, 이 때문에 미국 동부의 수백만 미국인들은 스포티파이와 에어비앤비를 포함한 웹사이트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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