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금수저 수저계급론 등
부의 대물림으로 불평등 심화
공정한 경쟁 시스템 만들어야

▲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얼마 전 특검에 의해 한 유명인이 구속됐다. 우병우와 함께 ‘법꾸라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선거 당시 부산 초원복집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경남 거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이 사람은 부산의 한 명문고를 거쳐 서울의 명문 법대에 합격, 대학 3학년 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20대 초반 고등고시 합격을 ‘소년등과’라고 치켜세우던 시절이었다. 나중에는 대한민국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개천에서 용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유한 집안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고위직을 가난한 집안에서 배출했을 때 우리는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났다’며 칭송하고 부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의 우리 사회는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으로 극명하게 계층이 나뉘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부자 집안에서는 자녀 교육에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부의 대물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출발선이 다르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나는 흙수저라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만 넘쳐나고 있다.

그 가운데 얼마 전 구속된 사람을 보며 용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개천의 피라미들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수호신 또는 그들의 어려운 삶의 환경을 개선해주는 지도자의 의미라면 그는 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듯이 자신이 함께 자란 개천의 피라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회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용일 것이다. 또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힘을 믿고 주변 대상들에게 해코지를 일삼는다는 점에서도 그는 분명 용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그렇다면 그가 태어난 소작농의 환경이 개천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의 부모 품새가 누구보다 넓었을 수도 있고 그의 어려운 환경이 그에게는 오히려 바다와 같은 야망을 품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자란 거제도는 어떤가. 현대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거제도의 사계절과 자연, 즉 바다와 바람은 개천이 아니라 대양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또한 그가 본격적으로 공부한 부산의 경남고등학교를 개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시 그 곳은 훌륭한 전통을 이어가며 은혜로운 은사와 함게 지방의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사교육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과 우정을 다지고 명문대학 진학이 가능,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최소한 대하에 가까운 곳이라고 보아야 한다. 만약 그곳이 돈 없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학업환경이었다면 개천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고등고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가르친 서울의 대학은 어떤가.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그 대학을 바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개천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구속된 사람에 대해서 개천에서 용이 났다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려울 듯 하다.

거제도의 소작농 집안이라고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려운 가정에서도 훌륭한 부모님은 그에게는 대양과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닌 학교는 학창시절 배움을 시작하는 그에게는 천혜의 조건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사회적 동물이고 환경적 동물이다. 그래서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도 없고, 났다고 하더라도 개천에서는 용이 살 수가 없다. 우리들은 후손들이 나쁜 의미가 아닌 좋은 의미에서의 용이 되기를 바란다면 각자 스스로가 인품과 인격을 도야해야 하고, 우리의 아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쓸데없는 용은 차라리 이무기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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