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나뭇가지에 한 번, 땅에 한 번, 두 번 꽃이 핀다는 동백(冬柏). 거제 지심도와 여수 오동도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는 지금 온통 동백 물결이다.

선운사 고랑으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선운사 동구(서정주)

저잣거리 주막집 여자의 목쉰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의 동백꽃이 남아 있다니. 어쩌면 선운사(禪雲寺)의 禪(동백꽃)은 하고많은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담아내고 풀어내는 주막집 여자의 가락에 피어 있는지 모르겠다.

필자에게 가장 친근한 동백은 조영남이 절창하는 ‘모란동백’이다. 이 노래를 18번곡으로 부르면서 모란동백을 동백의 한 종류인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내공 깊은 이제하 시인이 지난 1998년 직접 지은 시에 작곡까지 해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것임을 알았다. 이를 조영남이 ‘모란동백’으로 이름만 바꿨다. 노랫말을 보면 고달픈 세상과 동백꽃, 그리고 그리움과 죽음이 한꺼번에 녹아 일견 불교적인 색채마저 띤다.

동백을 소재로 한 클래식으로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있다. 이 오페라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Lady of Camellias’(동백아가씨)를 바탕으로한 것이다. 우리에겐 <춘희>로 잘 알려져 있다. 화류계의 병약한 여성의 순애보적 사랑과 죽음을 그리고 있다.

동백은 나무에 필 때와는 달리 땅에 떨어졌을 때 처연함이 극에 달한다. 가장 예쁠 때 땅으로 뚝뚝 떨어져 버리는 속성 때문에 선비들은 벼슬을 하다 목이 잘리는 것이 연상돼 마당에는 동백을 심지 않았다고 한다. 내일이 먼저 올지 내세가 먼저 올지 모르는 꽃이 동백꽃이다. 작금의 탄핵결정과 함께 권력의 정점에 있던 청와대 동백꽃들의 처절한 낙화가 연상된다.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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