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등 안보와 관련한 문제는
우리의 일관성 있는 입장을 보여야
중국이 경제보복 횡포 부리지 못해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중국이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안보와는 상관없는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과 관광 등 양국 민간의 교류와 상업활동에 무자비한 보복을 하고 있다. 양국간의 군사적인 긴장이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도 드물지 않지만 전략 물자 같은 안보관련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중국은 보통사람들의 쇼핑과 관광 같은 생활에 직격탄을 퍼붓고 있다. 이는 중국이 스스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국가 공권력이 국민의 일상을 좌지우지하는 일당지배국가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에 도착한 크루즈 관광선에서 중국인 여행객들이 하선을 거부하는 촌극이 벌어질 정도로 중국 당국은 사드문제에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미숙한 나라다. 우리는 이런 중국을 상대하면서도 왠지 중국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거나 ‘설마’하는 안이한 정서를 갖고 있다.

지금 중국은 과거 세계 최고수준으로 세련되고, 불교와 공자의 학문을 우리에게 전수해주었던 고대중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신흥국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관리하는 양대국 ‘G2’로 불리지만 아직 덩치만 커졌지 지혜가 모자라는 청년같은 미완의 강대국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에 하듯이 여러 목소리를 내서 상대를 헷갈리게 하거나 정권에 따라서 안보자세를 왔다갔다 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안보관과 안보태세에 대해 ‘알아듣기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인식시켜야한다. 아직 세계적인 경험과 관록이 모자라는 중국과는 이렇게 소통해야한다. 우리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우리 입장을 속으로 알아주겠거니’하고 기대하거나 ‘대충 얼버무리면 되겠거니’해서는 안된다.

사드를 배치하는데 대한 한국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중국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중국과 한국, 우리 두 나라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밀접하고 문화 등 여러 분야 교류가 잘 되고 있어도 만약 북한이 남한을 다시 침략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한국에 대해 가장 잘 해주는 것이 6·25 때와는 달리 북을 돕지 않고 ‘중립’을 지켜주는 정도가 아니겠느냐. 중국이 한국에 군사원조를 해줄 가능성은 없지 않느냐? 이런 상황에서 북은 핵미사일까지 개발하고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에 안보적으로 의존하고 북한의 무기체계가 고도화되는데 따라서 사드 같은 첨단 방어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 아니냐? 따라서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뀔 때까지 중국은 한국의 미국의존 안보에 대해서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며 분명하고 단호하게 우리 입장을 이해시키고 관철시켜야한다.

중국이 미숙하지만 이성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논리정연하게 일관성을 가지고 우리 입장을 견지하면 함부로 못한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해 미일동맹을 아무리 강화해도 중국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중국을 체념시켰다. 그 결과 남중국해에서 일촉즉발의 군사위기가 계속되어도 중국인의 일본관광을 규제하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사드배치를 놓고 국내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러 목소리가 나온 것은 중국을 다루는데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것이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사드배치든 쇠고기 수입이든 한국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중국은 일사분란한 공산당 일당지배 국가이기 때문에 사드 같은 안보문제를 놓고 한국 내부에서 여러 목소리가, 그것도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이해하지 못한다. 중국은 한국을 민주주의가 만개한 수준 높은 나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놓고 내부적으로 왈가불가하는 꼴이 우습다’고 속으로 폄하한다. 중국을 미국처럼 대하면 안 된다. 중국은 중국의 수준에 맞게 대해야 한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