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태학자가 쓴 ‘소리와 몸짓’

모든 생명체 마음의 소리가 존재

지난달 울산시 남구 장생포에 위치한 고래생태체험관이 일본에서 돌고래를 들여왔지만, 나흘만에 폐사해 논란이 됐다.

이 돌고래는 뱃길과 육로를 합쳐 1000㎞ 이상을 이동했다.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가로 30m, 세로 15m, 수심 4m의 보조풀장에 수용됐다. 돌고래는 먹이를 거부하다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끝내 폐사했다.

돌고래 폐사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가운데 미국 생태학자 칼 사피나가 최근 발표한 <소리와 몸짓>(사진)이라는 책이 조명되고 있다. 책은 동물도 인간처럼 느끼고, 아파하고, 기뻐한다는 것을 새삼 깨우쳐준다.

저자는 마음과 행동의 연관관계를 다루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을 들어 인간이나 영장류, 포유류 외에 다른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인간을 기준으로 동물을 해석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동물이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동기에서 그렇게 하는지 그 자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사는 코끼리와 미국 옐로스톤 공원에 사는 늑대, 북서태평양에 사는 범고래를 찾아 자연 상태에서 그들의 몸짓과 소리를 관찰했다. 그 결과 저자는 동물들이 하는 몸짓과 소리가 동물의 마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사람이 모두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 역시 개체별로 개성과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결국 저자는 모든 생명에게는 마음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바닷속을 헤엄치던 돌고래를 가까이에서 보겠다는 이유로 좁은 수조에 가두는 일에 일침을 가한다. 칼 사피나 지음. 김병화 옮김. 돌베개 펴냄. 782쪽. 3만5000원.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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