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현대중공업이 1999년 미국 트랜스오션사에 인도한 반잠수식 시추선 ‘딥워터 노틸러스(Deepwater Nautilus)’호.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사로부터 발주를 취소 당한 시추선과 비슷한 규모와 형태다.

인도지연으로 취소됐지만
추가 손실 없이 현금 확보
유동성 크게 개선 기대
현대중공업 보유 시추선도
재매각 옵션 체결 확인

글로벌 조선시황 불황 여파로 최근 1~2년새 조선업계에 계약 취소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이 인도지연을 이유로 계약해지된 반잠수식 시추선의 재매각에 성공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재산매각 등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이번 재매각으로 유동성에 다소 숨이 트일 전망이다.

13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2015년 씨드릴(Seadrill)사로부터 계약 취소 통보를 받은 뒤 영국해상중재인협회(LMAA)를 통해 진행 중이던 반잠수식 시추선을 둘러싼 중재를 종결키로 최근 합의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선주사인 씨드릴로부터 받은 선수금 1억7000만달러(약 1948억원)를 이자 없이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씨드릴사는 지난 2015년 9월 현대삼호중공업에 자사가 발주한 시추선에 대한 계약취소를 통보하며 이자를 포함한 선수금 환급을 요청했다. 이에 현대삼호중공업은 그해 10월 영국해상중재인협회에 중재를 신청했고, 1년 5개월만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씨드릴사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반잠수식 시추선을 노르웨이의 해운사인 씨탱커에 3억7000만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시추선을 매입한 씨탱커의 소유주는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슨 회장으로 계약 취소를 통보한 씨드릴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매각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은 추가손실 없이 현금을 확보하게 돼 유동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씨탱커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시추선 ‘볼스타 돌핀’호를 오는 2019년까지 인수할 수 있는 재매각 옵션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도 현대삼호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의 선주사인 프레드올센 에너지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취소 통보를 받은 뒤 국제기구를 통해 중재 절차를 진행해 오다가, 지난해 선수금을 돌려주고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현재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비슷한 사례가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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