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조추첨 이벤트...유소년 축구 즐기는 것 중요
악연 잊고 반갑게 인사 나눠

▲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선수로 만났던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재회했다. 사진은 당시 경기 중 허 부총재가 마라도나에게 거친 수비를 하는 장면. 연합뉴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선수로 만났던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재회했다.

마라도나와 허정무 부총재는 14일 수원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본선 조 추첨 행사 사전 이벤트에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허정무 부총재가 일정 때문에 금방 자리를 떠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마라도나는 풋살게임 등 이벤트에 참가한 뒤 인터뷰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사진 한 장을 받았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허정무 부총재의 깊은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사진이었다.

마라도나는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밝은 표정으로 “모든 부상의 장면은 다 기억난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다”라며 “큰 대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 기억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당시 허정무 부총재는 ‘진돗개’라는 별명답게 끈질기고 거친 수비로 마라도나를 막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개인기를 앞세워 돌진하던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찬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했다.

마라도나는 왼쪽 다리를 잡고 뒹굴었고, 허정무 부총재는 달려오는 심판과 상대 선수들을 향해 손으로 동그랗게 모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볼을 차려 했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이 태클을 문제 삼아 ‘태권 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마라도나와 허정무 부총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양 팀 감독으로 만나 승부를 겨루기도 했다.

당시에도 두 사람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U-20 행사에서는 당시 ‘악연’을 잊고 즐거운 표정으로 재회했다.

허정무 부총재는 전화통화에서 “오랜만에 마라도나를 만나 매우 반가웠다”라며 “세월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허 부총재는 ‘마라도나와 무슨 대화를 나눴나’라는 질문에 “나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는데 마라도나가 (여전히) 영어를 전혀 못 하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7년 만에 만났는데 배도 많이 나오고 체형이 변해 세월의 무상함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마라도나는 기자회견에서 “유년 시절 가격이 저렴한 축구공을 사서 놀았다. 그렇게 축구와 인연을 이어왔는데, 어린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마음 자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이 많이 바뀌고 있다. FIFA가 바뀌는 과정에서 U-20 대회가 열리게 됐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벤트엔 한국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이관우 수원 삼성 12세 이하(U-12)팀 코치, 조영욱(고려대) 등 U-20 대표팀 선수들, 배우 류준열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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