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순환도로인 옥동~농소간 도로의 일부구간(중구 성안동~북구 중산동 8.9㎞)이 오는 7월 개통될 예정이다. 울산시는 이 도로 개통을 앞두고 도로명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여론을 수렴한 결과 이 도로가 지나가는 중·남·북구 모두 ‘이예로’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예로는 울산 출신인 조선시대 통신사 충숙공 이예(1373~1445년)의 이름을 딴 도로명이다. 이예는 대일외교를 주도하면서 많은 공을 남긴 인물이다. ‘2010년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립외교원 입구에는 그의 동상도 서 있다. 그가 울산시 중구 태화동 출신임에도 출신 지역구를 떠나 중·남·북구가 모두 ‘이예로’를 1순위로 희망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도로가 태화동에 있는 그의 생가 옆을 지난다는 객관적 사실 때문에 이론(異論)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4월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이름을 외면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에는 인물명을 도로명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현대자동차 공장 옆 해안로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호를 따 ‘아산로’라고 부르고 있으며, 중구 남외동 동천강 옆길을 한글학자 최현배의 호를 따 ‘외솔큰길’이라고 하는 것이 전부다. 이들 도로명에도 아쉬움은 있다. ‘아산로’의 경우, 아산이라는 정주영의 호가 덜 알려져 있어서 인지도가 높지 않다. 정주영 회장의 이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로로서 상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정주영로’라고 바꾸었으면 한다. 외솔의 경우도 인물의 크기에 비추면 간선도로를 ‘외솔로’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울산의 인물’을 도로명에 사용하는 것은 도시의 품격과 자긍심을 향상시킨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멘토를 만들어는 주는 효과도 있다. 생가나 기념관 등과 연계돼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서울에도 퇴계로, 충무로, 원효로 등의 도로명이 있다. 외국을 나가면 인물을 상징하는 도로와 기념관이 넘쳐난다.

우리는 그동안 울산의 인물에 대해 비교적 인색했다. 그나마 아산, 외솔, 이예는 도로명에 사용됐거나 언급이 되고 있지만 그들 외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법조인이자 대한광복회 총사령이었던 고헌 박상진 의사, 민속학의 태두 석남 송석하, ‘갯마을’의 소설가 오영수, ‘봄편지’라는 걸출한 동시를 남긴 서덕출도 있다. 호든, 이름이든, 작품명이든 부르기 좋은 명칭으로 ‘울산의 인물’이 시민들의 정서에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