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국애 울산과학고 교사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학생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학기뿐만 아니라 방학 중이라도 교사들이 순번을 돌아가며 학생 지도를 한다. 개학식이 얼마 남지 않은 2017년 2월 2일. 그 날은 내 차례였다. 학습실에 있는 학생들 인원을 점검하고 각 실험실에서 연구나 실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꼬불꼬불한 복도와 계단을 따라 걷고 있는데 마침 4층에서 계단을 분주하게 오르내리는 학생들을 보았다. 아, 오늘 천체 관측이 있는 날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는 천체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형 천체망원경 몇 대가 설치되고 있었다.

“오늘은 또 뭐가 보여?” “아, 쌤. 안녕하세요. 오늘 달이랑 화성이랑 금성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서요, 원래 어제였는데 사정이 있어 못 봐서 오늘 꼭 보려고 이렇게 모였어요. 쌤, 저기 보세요.“ 그들의 목소리에는 들뜸이 가득 했다. “저게 달이고요, 그 사이에 있는 게 화성, 그 옆이 금성이에요.” “목성이 원래 금성보다 훨씬 큰 별인데 나란히 서 있으니까 정말 작네?” 옷 더 껴입으라고 당부하며 내려왔다. 나중에 찾아봤더니 달과 화성, 금성의 궤도가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같은 방향에 놓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직선상에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어릴 적 별자리를 쳐다보는 일이 많았다. 다섯 집 건너 겨우 가로등이 있던 마을에 살았던 덕택에 맨눈으로도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검디검은 밤하늘에 펼쳐진 수많은 별자리는 별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었고 저 멀리 얼굴도 모르는 타국의 신들을 이어주었다. 그 추억 때문인지 천체동아리 학생들이 별자리를 관측할 때마다 내 가슴도 마냥 뛰었다.

“별을 보며/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 먼 데까지 많은 이를 비추어 주는/ 나의 하늘 친구 별// 나도 날마다/ 별처럼 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해인 ‘별을 보며’ 중)

시인은 ‘별’을 넉넉하고 고운 마음을 지닌 반짝이는 존재라고 보고 있다. 나 역시 저 별들을 쳐다보는 학생들은 분명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어 주는 넉넉한 마음을 지닌 존재가 되리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 것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 그것을 풀려는 그들의 탐구심 어린 모습을 보면서 저 별 속에 ‘열정’이라는 단어를 하나 더 새겨 넣었다. 13년 만에 달과 화성, 금성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신이한 현상을 구경할 수 있었던 떨림으로, 어릴 적 내가 별 꿈을 꾸었던 것처럼 오늘밤 그들도 꿈속에서 그들의 별을 만나지 않을까라는 별난 상상을 해 본다.

김국애 울산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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