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상품 판매 중단에 한국제품 불매운동 우려

▲ 중국 당국이 이달 초 자국 여행사들에 공포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기일인 15일을 앞두고 14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의 한 중국 항공사 수속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관광상품 판매 중단에 한국제품 불매운동 우려
차·유화업체도 규제 강화 등 보복 가능성 예의주시
지역 기업 ‘美 보호무역’ 등과 맞물려 긴장감 고조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한국·한국기업 때리기’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이날은 중국의 한국관광상품 판매 중단 시작일로, 특히 중국이 ‘소비자의 날’ 반한(反韓) 감정과 한국기업 제품·서비스 불매운동을 부추길 가능성도 열려있어 국내 여행·관광·면세업계는 물론 자동차, 석유화학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 불매운동 확산 우려

‘전전긍긍’

국내 기업들은 중국이 만약 소비자의 날 악의적 보도에 따른 반한 감정과 함께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본격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 내 반롯데 감정이 거세질 경우 심각한 영업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중국내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중인 롯데는 현재 영업정지 상태인 롯데마트 점포들 외에도 롯데의 상당수 중국 현지 사무소, 매장, 생산시설, 건설현장 등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소방, 위생 등 각종 점검을 이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중국 ‘소비자의 날’ 전후로 언론 등에 롯데의 상품·서비스 불만 사례가 대대적으로 거론되는 일이다.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는 최근 수년째 주로 해외 브랜드를 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집중 조명됐고, 앞서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을 문제 삼았다.

금호타이어 등 한국 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돼 진땀을 흘렸다.

롯데는 지금까지도 중국 현지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을 봤는데, 불매운동과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롯데 유통 부문의 중국 사업은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관광·여행업계도 중국정부가 15일부터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모습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울산 자동차·석유화학·

소비재 기업도 ‘긴장 고조’

울산공단의 자동차, 석유화학, 소비재 관련 기업들도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난제에 봉착했다.

자동차 업종은 아직 직접적인 사드 피해는 없지만 15일을 전후해 불매 운동, 현지 생산 시설 규제 등 보복 조치 가능성도 있는 만큼 중국측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일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대차를 파손하고 페인트로 낙서한 사진이 게재된바 있다.

중국은 앞서 2011년 당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불매 운동과 일본 관광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점유율 급감 등 직격탄을 맞은 전례가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창저우 공장과 오는 8월 완공 예정인 충칭 5공장을 가동하면, 연간 165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춰 중국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사드보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에서 석유화학 중간재 수입을 중단할 경우 에틸렌 등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은 분야는 화장품, 면세점 등 최종 소비재 품목이 대부분이다.

울산에 사업장을 둔 LG생활건강은 최근 중국 항저우 소재 화장품 제조공장이 중국당국으로부터 소방점검을 받아 ‘사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아직 공장 가동중지 조치는 받지 않았지만 향후 영업·생산 중지 명령, 세무조사, 수주활동 방해 등 새로운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주의 강화에 이어 중국의 사드보복에 울산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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