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여기는 미국의 미네소타 주 미네아 폴리스다. 매 2년마다 열리는 미국합창지휘자협회(ACDA-American Choral Directors Association) 국제컨벤션에 참석 중이다. 한국은 파릇파릇 새싹이 움트고 감미로운 남풍이 한번만 더 와 닿으면 꽃망울을 터트릴 듯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지금 이곳은 영하 15℃를 기록하고 있다. 그 누구도 거리를 활보하지 못할만큼 아직도 동장군이 막아 서고 있다.

15년 전인 2002년 여름에도 이곳에서 열린 세계합창심포지엄에 참석한 경험이 있어서 꽤 친근감을 갖고 있었으나 와서 보니 전혀 새로운 날씨와 기온, 그리고 그 여름에 만났던 자연환경이 아닌 완전히 낯선 미네아 폴리스를 만나고 있다. 이 도시의 겨울 날씨가 워낙 추워서(한겨울 영하 40℃) 그런지 시내 중심가는 모든 건물의 2층을 서로 연결해 스카이웨이(Sky way)를 만들어 놓았다. 행인들은 건물의 2층 도로를 통해 시내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참 기막힌 생존 아이디어다. 필자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행사장까지는 도보로 20분 거리다. 날마다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스카이 웨이를 걷는다.

이번 합창컨벤션에는 미국 전역에서 5000여명의 합창지휘자와 36개국의 외국 지휘자들이 참석했다. 도시 전체가 참석자들로 북적인다. 점심·저녁 식사시간에는 음식점 예약도 어렵고 간이 식당이나 길거리 음식도 차례를 기다리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 지경이다. 우리나라도 매년 합창컨벤션을 한다. 그러나 아직 참석인원이 많지 않아 개최 도시에 경제적 이익이나 합창문화 전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주시가 한국합창컨벤션과 국제합창심포지엄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면서 한국의 많은 합창관계자들이 제주에 모인다. 그러나 거리 탓인지 기대만큼 참석자가 많지 않아서 새로운 방향모색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지금 한국의 합창 수준은 세계적이다. 이 사실은 한국보다 오히려 세계합창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어찌하면 한국합창을 부러워하는 외국의 합창지휘자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여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적인 컨벤션을 한국에서 열 수 있을까. 희망적인 고민을 해 본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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