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민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한국세라믹학회 재무이사

우리말에 ‘첫 단추를 잘 끼우다’라는 표현이 있다. 옷을 입을 때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지 않아서 옷매무새가 어그러지는 상황에 이르게 됨을 일컫는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음을 알아차린다면 여유를 가지고 단추를 다시 풀어 그 다음에 단추를 제대로 끼우게 되면 옷맵시가 살아나게 된다. 이렇듯 옷을 입는 경우에는 단추의 개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풀고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울 수가 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일의 시작이나 첫 출발을 비유하는 말로서 ‘첫 단추’라는 말을 곧잘 사용하는데 그 뒤의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라고 틀리게 사용하는 경우다. 사전적 의미로 ‘꿰다’라는 말은 ‘끈이나 실 따위를 구멍이나 틈의 한쪽에 넣어 다른 쪽으로 나가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배운 ‘앵두 따다 실에 꿰어’라는 소절이 있는 노래나 지도교수님이 늘 말씀하시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바르게 사용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초석을 닦은 울산에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산업 등 3대 주력산업이 있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은 지난 1968년 3월22일 석유화학공업단지 기공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13년 조사를 살펴보면, 석유화학산업 종사자는 자동차산업의 29.7%, 조선산업의 27.4%의 절반에 못 미치는 12.6%를 차지한다. 이렇게 일자리 창출효과는 다소 미진하지만 생산액을 비교해보면 자동차산업 17.4%, 조선산업 10.3%의 거의 3배가 넘는 56.1%를 차지한다.

이런 석유화학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한 울산시는 지난 2007년 3월 22일을 제1회 울산 화학의 날로 지정하여 새로운 화학산업의 도약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올해로 11회를 맞는다. 때마침 최근 글로벌 이슈화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와 맞물려서 울산 석유화학산업도 변모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래화학융합포럼(상임대표 정갑윤 국회의원)이 주관한 ‘4차 산업혁명과 화학산업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또한 RUPI (Roadmap project for Ulsan Petrochemical Industry, 울산 미래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사업단(단장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과 화학네트워크포럼이 개최한 ‘4차 산업혁명과 울산 석유화학산업 대응전략’ 포럼에서도 많은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기요인 분석 및 돌파 전략,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화학인재 양성 전략, 플랫폼 기반의 화학 혁신생태계 구축, 화학분야 산·학·연·관·정 협력을 통한 의견수렴의 공고화, 기업 간 협업을 통한 시장 창출 확대와 에너지 저소비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한 리스크 감소, 기업 자료 공개를 통한 신뢰성 있는 빅데이터 수집 및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 의사결정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제시된 구슬이 서 말도 넘게 널브러져 있으니, 지금부터는 제대로 ‘꿰어야’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화학산업의 보배가 될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빠르게 근대화를 이룩하느라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한 채 달려나가 가끔 아랫도리가 차가움을 느꼈고 동상에 걸리더라도 참고 살아왔다. 뒤에서 뒤쫓아 오는 누군가가 두려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사실을 알고도 달려온 것이다. 그 차가움과 동상의 실체는 산업안전. 이제는 잘못 채워진 첫 단추부터 조급함을 버리고 제대로 끼워야 한다. 그래야만 잘 꿰어진 구슬 보배가 옷맵시를 더 살리게 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입 배어먹은 apple을 너무나도 잘 판 그 남자가 생각난다. ‘Think Different!’ 남들이 부르짖는 4차 산업혁명의 구슬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내가 입고 있는 화학산업이란 옷의 단추가 제대로 끼워져 있는지 찬찬히 살펴볼 때다. 다시금 도약할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화학산업의 첫 단추도 이전의 화학산업의 첫 단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화학의 날을 축하드린다.

공영민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한국세라믹학회 재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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