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눈물 아롱아롱/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귀촉도(歸蜀途)’(서정주)

벌써 양지바른 곳에는 진달래가 피었다. 일명 두견화(杜鵑花)로도 불리는 진달래는 서정주의 시 귀촉도에 그 내력이 압축돼 담겨있다. <사기>에 따르면 옛날 중국 촉(蜀)나라에 ‘망제’라는 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두우’였다. 망제는 이웃나라의 침략으로 쫓겨나 복위를 꿈꿨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는데, 한이 맺힌 두견새는 밤낮으로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歸蜀)고 울었다. 피를 토하며 울고 토한 피를 다시 삼켜 목을 적시고 또 울었다. 그 피가 떨어져 진달래가 됐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두견이 한번 울 때마다 두견화는 한 가지씩 핀다’고 읊었다. 이 전설을 알고 나면 서정주의 귀촉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두견새는 그래서 귀촉도, 망제혼, 불여귀(不如歸:돌아가지 못함), 두우, 원조(怨鳥), 접동새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진달래는 조선의 이별가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 가곡 ‘바위고개’에서는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라며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는 ‘가시는 걸음걸음 즈려 밟고 가시라’며 눈물을 참아낸다.

그러나 진달래가 만남을 가져다 준 경우도 있었다. 울산에서 가까운 진달래 명승지로 창원의 천주산이 꼽히는데, 4월 초순이면 온 산이 진달래 화염에 휩싸인다. 이 산의 진달래를 배경으로 동시 ‘고향의 봄’이 탄생했다. 마산의 이원수는 16살이던 1926년 4월 이 동시를 방정환의 잡지 <어린이> 동시란에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5개월 전에는 수원의 12살 소녀 최순애가 ‘오빠생각’을 이 코너에 실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의 주인공은 ‘뜸북 뜸북 뜸북새…’의 주인공과 1936년 6월 부부가 됐다.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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