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박근혜’ 대선주자들은
‘셀프 클리닝’ 용기있는 후보이길
파행적 리더십은 이제 더는 없어야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2017년 1월1일 오후 1시30분. 청와대 녹지원 바로 위에 있는 상춘재. 관저에서 내려온 박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신년 티타임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도 있었지만 대통령이 70%정도 많은 말을 했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이 쏟아낸 발언 중엔 △세월호 당일의 상황에 대해 “다른 데서 너무나 많은 왜곡, 허위를 남발해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했고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과 공모해 자동차 엔진 흡착제 제조업체인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그룹 납품계약을 강요했다고 특검이 ‘공소’ 한데 대해서도 “그런 의혹은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특검조사 결과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예고없던’ 신년 티타임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설명으로 끝났다. 필자는 물론 기자들 마저도 ‘어디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를 정도’로 어리둥절했다.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납득이 어려웠다.

춘추관으로 돌아온 필자는 한시간 가량의 대통령 눈빛과 어록, ‘말씀 태도’를 상세하게 정리했다.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한시간 동안 대놓고 한 ‘작심말씀’은 비장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식적으로도 ‘대놓고 거짓말’은 아닐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다. 그냥 ‘평소 몸에 밴 그대로’라는 것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이러한 스타일은 과연 무엇일까? 내로라 하는 심리전문가 2명에게 자문을 구했다. 공통 결론은 1차적으로 베일에 가려진 성장골격이고, 최순실은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살아온 스타일은 일반인과는 완전 다르다. 특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골격이 성장하는 유년시절에서부터 청소년, 청년시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청와대라는 특수한 곳에서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지냈기에 스스로의 판단능력과 리더십이 부재하다”고 평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가장 기초적인 준법정신을 가져야 하는 유년시절부터 청소년·청년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부딪히고 개척하는 시간은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18대 대선 당시 국민들은 ‘박근혜 신드롬’의 이면인 ‘베일’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다. ‘박정희·육영수 신드롬’에 가려 박 대통령 마저도 스스로를 베일로 덮으려는데 급급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포스트 박근혜’ 19대 대선주자들의 ‘베일’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까지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스펙’과 정책관과 안보관은 물론 가족관계까지도 대략 윤곽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유년시절과 청소년, 청년시절에 대해선 상세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만일 ‘졸부’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리더십과, 가난으로 점철된 유년시절의 골격이 연장된 리더십, 아니면 어릴적 부잣집에서 귀하게만 자란 ‘왕자병’ 리더십은 과연 없는 것일까?

작금에 어떤 유력후보는 학창시절 ‘친구’조차 없는 메마른 정서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또 어떤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동료의원들과 ‘밥 한번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이같은 얘기는 매우 지엽적일 수도,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유년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고, 심지어 마약에도 손을 댔다.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도 어머니와 또 다른 양아버지와의 파행적인 삶을 몸으로 겪으면서 유년과 청년시절을 보냈다. 그런데도 훗날 그에게 나타난 강력한 소통의 리더십은 과연 무엇일까? 자신의 ‘베일’을 벗고 스스로 햇볕에 드러내고 부딪히고 성장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성공한 리더십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19대 조기 대선은 ‘실패한 박근혜’로 인해 정상적인 스케줄(12월)보다 7개월 빠른 5월9일로 확정됐다. 대선후보들은 남은 50여일 동안 겉치레 홍보와 말장난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를 발가벗기는 용기 없이는 출마를 접어야 한다. 소위 ‘셀프 클리닝’ 후보가 되어야 한다. ‘실패한 박근혜’의 파행적 리더십은 여기서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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