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쓰디쓴 현실, 위로가 돼 주는 요리

회사를 그만 둔 직장 동료
몇 개월간 쓰디쓴 사회 경험
더 열심히 살지 못한 것 후회
인간관계 중요성 여실히 느껴
좋은 평판 얻도록 노력 당부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최근 수년간 같이 일했던 타 부서 팀장이 회사를 그만뒀다. 그 팀장은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는 소식을 풍문으로만 들었다.

그런데 사전에 온다는 얘기도 없이 불쑥 찾아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다. 담담하게 풀어놓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처음 백수가 되었을 때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에 대한 원망과 저주로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괴로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졌다고 했다.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아무 이유도 볼일도 없는데 그냥 밖으로 나와 방황하기도 했단다.

자신한테 닥쳐온 현실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하나 고민이 깊어졌다고 했다. 그 직원은 대학생 아들이 둘이나 된다.

쉰살이 넘어 새로운 직장을 찾기위해 이 곳 저 곳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새 직장을 구하는 일은 예상보다 더 힘들었다.

그나마 지인의 도움으로 새 직장을 구했으나 그것도 본의 아니게 소개시켜 준 사람의 안면때문에 몇 개월 다녔을 뿐 모멸감을 주는 상사와 고된 일정 때문에 요즘은 새삼 옛 직장이 천국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는 왜 그때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며 자신처럼 되지 않으려면 회사에 다닐 때 좀더 열심히 숨죽이고 시키는 대로 하라며 신신당부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깥 세상에 나가보니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겠더라며 제발 회사 다닐 때 주위로부터 좋은 평판을 듣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라고 조언해 줬다.

우리가 몸담은 업계는 흔한말로 한다리만 건너면 누구나 다 안다.

스펙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어 두어야 나중에라도 그 사람이 도움을 준다는 단순한 논리이기도 하지만 이를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행동한 지난 날의 과오는 언제든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경고를 들려 준 것이다.

그는 옛 직장동료의 도움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는 근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하게 될 그 동료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면서도 식은 커피만큼이나 쓰디쓴 경험을 한 그 직원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나마 조건이 좋은 직장을 구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직원들은 아직도 그 현실을 믿겨 하지 않고 그저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듣고만 있다.

우리는 또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잊으면서 살아 갈 것이다. 언제쯤 우리는 평온한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게 될 지, 또 언제쯤 험난한 길을 걸어가게될 지 가늠하지 못한 채 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요리를 천직으로 삼아 온 이상, 세상을 향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겠다.

비슷한 짐을 짊어지고 험난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을 위해 위로가 돼 줄 요리를 소개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 오늘의 별미 메뉴 - 도미구이 라비올리

● 도미(200g), 양파 1개, 팽이버섯 1개, 청량고추 1개, 마늘 5개, 버터 30g, 까나리 액젓 10g, 스테이크 소스20㎖, 납작만두 1개를 준비한다.
● 팬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양파, 청량고추를 볶다가 버섯을 첨가한 다음 소금 후추를 한다.
● 갈색이 나면 물에 으깬 스테이크 소스와 까나리 액젓을 넣고 소스를 마무리한다.
● 시중에 파는 납작 만두는 식용유와 소금을 첨가해 살짝 데친 후 찬물에 식혀둔다.
● 도미는 소금 후추를 뿌린 후 밀가루를 발라 갈색이 나게 굽는다.
● 접시에 볶아 둔 야채를 갈고 그 위에 데친 라비올리를 얹고 구운 도미를 올리고 새싹 야채를 올려 마무리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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