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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동네산꾼 진희영의 영남알프스 속으로
[동네산꾼 진희영의 영남알프스 속으로]돌로 장식된 하늘정원의 최고 전시물 ‘굴렁쇠바위’(5) 범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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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5  22: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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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봉은 못(안)골폭포, 등심바위, 풍혈 등 수많은 절경을 품고 있다. 그 중 굴렁쇠바위는 못골이 내려다보이고 범봉과 운문산 가지산의 북쪽사면이 조망되는 거대한 바위 암릉이다.

눈섞인 겨울산 오르기 힘들지만
온갖 시름 내려놓을수 있어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수놓은 상고대
한폭의 동양화 펼쳐놓은듯한 경관
발 아래서 속삭이는 낙엽들
기기묘묘한 암릉과 바위·동굴
하늘아래 자연이 빚어낸 예술작품들
‘걸으며 꿈꾸는 사람은 늙지않는다’
되새기며 묵언수행 이어가


범봉의 분맥인 904m봉으로 발길을 이어간다. 못골의 발원지로 이어지는 등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데, 여름철에는 주변에 우거진 느티나무, 굴참나무, 박달나무, 단풍나무 등이 하늘을 뒤덮고, 뒤섞인 넝쿨들로 인하여 진행이 어지럽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산은 고요 속으로 빠진다.

눈 섞인 겨울산을 오르기는 힘들다. 그러나 힘이 들어도 오르고 싶지 않은가. 오르다보면 온갖 시름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 어머니의 품속과도 같은 산들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귀전에 들려온다. 산행도중에 두개의 동굴도 만난다.

경사도가 거의 60~70도가 되어 보이는 오르막길을 10여분정도 오르면 올라왔던 못안골이 훤히 내려 보이고, 억산과 멀리 팔공산까지 조망이 되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눈의 호사를 누린 뒤 마침내 범봉의 분맥인 904m봉에 올라선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고 귀가 떨어질듯 하지만 능선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이 모든 고난을 순식간에 떨쳐버리기에 충분하다. 산자락에 핀 상고대(rime)는 바닷속 산호초 군락을 닮았다.

   
▲ 범봉분맥 전망대에서 바라본 범봉과 억산.

찬바람에 운무와 왼쪽의 억산과 대비골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수를 놓았다. 나뭇가지마다 얼어붙은 상고대는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눈꽃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빚어낸 예술작품을 보노라면 어디고 눈을 밟으며 끝없이 걷고 싶어진다. 이곳에서 왼쪽으로는 삼지봉을 경유 범봉과 억산으로 이어지는 방향이다.

서래봉과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능선을 따라 굴렁쇠바위를 둘러보기로 한다.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못골이고 왼쪽은 천년고찰 대비사와 대비지가 있는 대비골이다.

주변에서 펼쳐지는 경관은 아름답다 못해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놓은 같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기에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을 밟을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온다. 고요한 산의 침묵에 귀 기울보기도하고, 내 스스로 나무가 되어 보기도하고, 우리 인생이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이 나무의 낙엽을 닮았다.

봄날에는 청춘의 아름다움처럼 실록과 꽃이 온 산을 수놓고, 여름철에는 실록으로 우거지고, 가을철이 다가오면 스스로 낙엽을 떨쳐버리고 겨울철에는 앙상한 가지로 남게 된다. 떨어진 낙엽은 더 이상 나뭇잎이 아니다. 무덤을 향하는 망자와도 같다.

어느새 겨울의 문턱을 넘어 경칩(驚蟄)을 향해 세월은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능선을 따라 조망이 좋은 곳에서는 눈의 호사를 누려 보기도하며 20여분정도 걷다보면 못골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를 지나 묵은 헬기장(636m)이 있는 지점을 지나면 능선이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된다. 이곳이 굴렁쇠바위로 향하는 초입이다.

   
▲ 굴렁쇠바위 위의 하늘정원.

서래봉(663m)으로 향하는 올림이 시작되는 부근이기도하다. 오른쪽으로 소나무들이 운집해 있고, 소나무가지가 여섯 개인 나무가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미끄러지듯 0.3km정도 내려가다 보면 소나무봉이 있는 봉우리 조금 못 미처 오른쪽으로 몇 개의 시그널이 걸려있는 지점으로 내려선다. 10여분 뒤 굴렁쇠바위 암릉에 도착하고 첫 번째 전망대에 올라선다.

굴렁쇠바위는 못골이 내려다보이고 범봉과 운문산 가지산의 북쪽사면이 조망되는 거대한 바위 암릉이다. 하늘 문을 비롯하여 직벽바위, 정원처럼 온갖 나무들이 심어져있는 정원바위, 곰바위 등 크고 작은 바위가 여러 개 운집해있고, 두세 개의 동굴도 있다. 또한 7~8m의 암벽을 올라야 하는 곳도 있어 그야말로 천태만상(千態萬象)으로 하늘아래 돌로 장식한 하늘의 정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굴렁쇠 바위는 높이가 10여m 가량 되는 두 개의 돌기둥사이 둥근 돌 하나가 공처럼 박혀 허공에 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자연의 신비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바위 암벽을 돌아보는데 만 1시간가량 걸린다. 경치 좋은 바위 에 올라 시(詩) 한수를 읊어본다.

누가 허공에 굴렁쇠를 굴릴까
조물주일까
옥황상제일까

두 개의 빗돌에 기대
어디로 굴러갈까
은하수 저편일까

세상 수많은 길 찾아
도솔산을 넘고 넘어
어디로 굴러갈까

굴러라 굴렁쇠야
하늘을 향해
영생을 꿈꾸는 무지개로 향해

-굴렁쇠 바위, 진희영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이렇듯 산천을 걷다보면 또 다른 생각 또 다른 이야기들이 만들어진 것이 산천을 거니는 매력인 것 같다. ‘산천을 걷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는 말이 있다. 산천을 거닐면 모든 것이 나의 정원이요. 나의 쉼터이며, 나의 스승이다. 풀 한 포기와 나무 한 그루 불어오는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본다. 산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 아닌가? 산을 오르내리며 누리는 즐거움 중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란 영적인 즐거움인 것 같다.

산길을 오르며 가파른 길에는 묵언수행을 이어가고, 정상에 오르면 가쁨 숨을 몰아쉬고, 땀을 식히며 산 아래를 내려 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비워야만 할까. 앙상하게 드러나 있는 나무뿌리를 밟을 때 나무의 신음도 들어보고, 나무하나 풀 한포기, 바위하나를 어루만지며 내가 이 산천을 거닐고 있음에 감사한다. 굴렁쇠 바위를 뒤로 하고 오른쪽으로 바위를 돌아 아래로 내려선다. 못안골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면 30여분 뒤 못안골 첫 번째 계곡 갈림 부근에 도착 한다. ‘걸으며 꿈꾸는 사람에게는 늙는 나이는 없다’는 말을 떠올리며 장군평을 지나 운문댐의 주류인 큰골을 따라 원점산행을 이어가며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산행경로

운문사 오토캠핑장→장군평(평야)→문수선원 갈림길→청수탕갈림길→첫 번째 숯가마 터→하단 못골(안)폭포→상단 못골(안)폭포→범봉 갈림길→범봉 분맥인 904m봉→묵은 헬기장(636m)→서래봉(663m)갈림길→소나무봉→굴렁쇠바위→못골→청수탕 갈림길→장군평. 약 4시간30분 소요.

◇먹거리와 숙박

-운문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경북 청도 운문면 763): 당일 오후 3시~익일 낮 12시, 054·371·1323.

-삼계리 길 주변에 포장마차 형태의 음식집과 가든이 즐비하게 영업 중이다. 별장가든(010·8598·8705)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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