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과 무관한 내용 서술”주장…檢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안돼”

▲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대우조선해양에 유리한 칼럼과 사설을 써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희영(63) 전 조선일보 주필 측이 “검찰이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공소장에 써서 위법한공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혐의에 관해서는 “취재원을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이 기자 업무의 본질적 특성”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송 전 주필의 변호인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소 내용 중에 많은 부분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따라 기재할 수 없는 주변 정황을 적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이 재판부에 섣부른 예단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 위법한 기소라는 논리를 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가 사건에 관해 예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서류·물건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에 박수환(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씨가 범죄수법으로 영업활동 한 것을 송 전 주필이 도왔다는 취지로 묘사했고,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으로부터 유리한 칼럼에 관한 감사 의미로 고가 시계를 받았다고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부분은 송 전 주필의 범죄사실과는 무관한데, 무시하면 사실로 인정하는 게 되고 본인의 공소사실과 무관해 대응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자세한 의견을 추후 의견서로 밝히겠다”면서도 “결론만 말하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송 전 주필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배임증재)로 기소된 박씨의 변호인도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같은 주장을 폈고, 검찰은 검토 후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송 전 주필과 박씨는 부정한 청탁을 위해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송 전 주필은 “기자 업무의 본질적인 특성상 취재원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며 교분을 유지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과의 교류 중 특정 사람과 단편적인 면만 떼와서 (검찰이) 범죄 혐의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달 27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의 의견을 확인할 방침이다.

송 전 주필은 2007~2015년 박씨가 운영하던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즈 영업을 돕고 기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수표, 현금, 골프 접대 등 총 4947만 원에 달하는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대우조선에 우호적인 글을 써주거나 인사 로비를 해주는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