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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
[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박상진의사 역사공원 조성 한창…역사문화 콘텐츠 공간으로24) 위대한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 생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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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6  22: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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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헌 박상진 의사 생가 전경.

생가 안채 마루 벽에 걸린
박상진 의사의 ‘옥중절명시’

부유한 양반가에서 태어나
영달 보장되는 판사직 버리고
전재산·목숨까지 바치고도
한 일이 없다고 스스로 한탄
독립 쟁취하지 못한 원한 서려

송정지구택지개발사업과 맞물려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 조성 예정


순국선열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운 3월이다.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열망이 일제의 총칼아래 무참히 쓰러져 간 달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하다 보니 더욱 그들이 그리운지 모른다.

울산 사람이라면 울산의 대표 독립운동가인 고헌 박상진 의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1884년 북구 송정동에서 태어나 향리에서 한학을 배우다가 왕산 허위의 문하에 들어가 정치와 병학을 배웠다. 스승의 권유로 1906년 양정의숙에 입학하여 법률과 경제학 등 신학문을 공부했다.

고헌은 양정의숙을 졸업하던 해(1909년)에 판사시험에 합격해 이듬해에 평양법원 판사로 발령이 났지만 사퇴했다. 일제의 꼭두각시가 되어 동지와 우국지사를 논죄해야함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퇴한 것이다.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만들어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결심을 굳히는 전환점이었다.

   
▲ 생가 안채.

1911년 신의주와 단동현에 안동여관을 열어 독립군 기지로 활용하고, 경천어동지회를 결성했다. 1912년 대구에 상덕태상회를 설립해서 독립투사들의 연락처로 삼고 군자금 마련 등의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곡물상을 가장해서 일제의 눈을 피한 것이다. 안창호와 양기탁이 주축인 신민회와 대구, 경북 지역의 독립운동 단체인 조선국권회복단에도 가입해서 활동했다. 풍기광복단 등 성격이 달라 갈등을 겪던 단체들을 통합해서 1915년 8월2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초대 총사령을 맡았다. 김좌진 장군이 광복회 부사령관이었던 단면만 보더라도 박상진 의사가 독립운동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광복회는 무장투쟁노선을 취하면서 상업 활동 등 계몽주의 성격을 받아들인 단체였다. 목표는 만주에 군대를 양성하여 때가 되면 서울로 들어와 일제를 몰아내려는 것이었다. 광복회는 일제가 불법으로 징수한 세금을 운반하던 우편마차를 습격하여 8700원을 탈취했다. 벌교 서도현 등 친일 악덕 부호들을 처단하고 군자금 확보 등 성공한 사건들도 있지만 조선총독 암살 등 실패한 사건이 더 많았다.

   
▲ 전시관으로 쓰는 곳간채.

1917년 겨울부터 1918년 사이에 일본 경찰은 조선인의 독립의지를 말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광복회 회원을 체포하려고 혈안이 되었다. 일경에 쫓기던 박상진 의사는 생모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위험을 무릅쓰며 임종을 지키려고 고향집으로 내려가 결국 체포되었다. 그는 3년 6개월간의 옥살이 끝에 1921년 38세로 대구형무소 교수대에서 사형 당했다.

제98주년 3.1절 날 박상진 의사 생가를 찾았다. 생가 건물은 그의 고조부가 분가하면서 1825년에 처음 지어졌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재산을 바친 의사 집안은 가세가 기울어 이 집도 남의 손에 넘어간 것을 울산시가 매입하여 2007년 복원했다.

   
▲ 생가 주위에 생선뼈처럼 솟아있는 크레인.

개발의 거센 바람이 이 곳에도 불어와 크레인이 생선뼈처럼 올라와 움직이고 트럭이 먼지를 풀풀 일으키고 있다. 주변이 대단위 택지지구로 변신되어 생가만 댕그라니 남겨져 있으니 정겨운 옛 농촌 마을의 정취는 간 곳 없고 허허롭기만 하다. 송정지구택지개발사업과 맞물려‘박상진 의사 역사공원’이 조성된다니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하다.

2018년 완공 목표인 역사공원은 의사의 유년시절 시문학을 주 테마로 잡았다. 생가를 중심으로 ‘고헌시문학 언덕’‘유년의 길’‘박상진 마을길’ 등이 계획 중이다. 밀양박씨 송정문중의 오랜 손때가 묻은 고가 3채(양정재, 봉산정, 송애정사)도 공원 내로 이전 복원하여 체험공간으로 쓰일 것이라고 한다.

   
▲ 생가 사랑채.

문간채를 통해 바깥뜰에 들어서니 매향이 봄기운을 알리고 만석지기의 양반가다운 고결한 품위가 느껴진다. 생가를 지키고 있는 박중훈 선생과 사랑채 마루에 나란히 앉았다. 그는 박상진 의사의 증손자로 향토사학자이다. 후손으로서 역사공원에 거는 기대는 소박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의사의 구국정신을 되새기고 배워갔으면 좋겠단다.

   
▲ 안채 마루 벽에 걸린 절명시.

그렇다. 울산에서 문화관광해설사가 근무하는 14 곳 중 가장 인적이 뜸한 곳이 이곳 생가다. 어쩌다 찾아오는 이 조차도 해설을 청하지 않아서 안타까웠기에 역사공원에 거는 기대가 수수할 수밖에 없으리라.

지난달 박상진 의사 묘소를 참배했다. 경주 내남면 노곡리에 있는 묘소는 큰 길에서 10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숲길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그분이 외로이 누워 계셨다. 이제는 편안하시냐고 여쭸더니 여전히 나라 걱정이다.

“요즘 어찌 그리 나라 안팎이 시끄러우냐? 너희는 결코 일제강점기를 잊으면 안 된다. 고통스런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다. 우리가 목숨 바쳐 지켜준 나라의 주권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묘소가 외딴 곳에 있는데다가 머잖아 묘지 남쪽엔 동해남부선 철로가 이설되고 북쪽으론 내남-외동간 국도가 개설되므로 의사님을 경건하게 모시기 위해 묘지를 생가 근처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묘소가 이장되면 박상진 의사 역사공원은 인근의 호수공원과 더불어 의사의 일생을 모두 아우르는 역사문화 콘텐츠 공간으로 시민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것이다.

생가 곳간채에 꾸려진 전시관을 둘러보고 안채 죽담에 서니 전시관에서 보았던 옥중절명시(獄中絶命詩)가 마루 정면 벽에도 걸려 있다.

‘다시 태어나기 힘든 이 세상에/ 다행히 남자로 태어났건만/ 이룬 일 하나 없이 저 세상 가려하니/ 청산이 비웃고 녹수가 찡그리네’

   
▲ 이선옥 수필가·전 문화관광해설사

절명시 앞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귀영화가 보장되는 부유한 양반가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영달이 보장되는 판사직을 버리고 전 재산과 목숨까지 바치고도 한 일이 없다는 뜻은 독립을 쟁취하지 못한 원한이 절절히 서려있음이리라.

박상진 의사는 건국훈장 3등급인 독립장에 추서되었다. 공과가 저평가되어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중훈 선생은 등급은 숫자일 뿐이라고 가볍게 받아 넘긴다.

많은 순국선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기에 우리의 오늘이 있다. 불의를 바로잡고 나라를 올바로 이끌 위인이 그립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이 허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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