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을 명분으로 일부 기업에서 고교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표준계약을 맺지 않거나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적지 않았다. 참으로 부끄럽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인 학생들을 노동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한심한 작태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발본색원, 엄단해야 한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근로보호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점검했다. 1차 조사는 교육부, 중소기업청,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점검단과 지방고용관서 점검단이 실시했고 2차 조사는 각 시·도교육청과 학교이 맡았다. 지난해 2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된 합동조사다.

조사결과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이용한 표준협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사례가 2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제주에서만 78건, 서울에서 69건, 울산에서 28건 등이다.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경우는 95건, 학생들에게 유해한 업무를 지시한 경우는 43건,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27건, 성희롱은 17건, 기타 부당한 대우는 45건 적발됐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직업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과정으로 이명박 정부 이후 강화됐으나 실습생들이 과로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고교생 노동착취 실습’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전국 3만1404개 기업에서 4만4601명의 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가졌던 특성화고 학생들이다. 본격 기능인이 되기 전 현장실습을 통해 정당한 땀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현장실습에서부터 반인권적 노동조건에 노출, 차별을 받고 있다니 자칫 미래세대에게 그릇된 노동관을 심어줄까 걱정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헌법을 통해 근로조건의 기준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에 근거해 고용노동부, 시도교육청, 지방노동관서와 협력해 현장실습 기업의 법준수 여부와 학생 권익침해 여부를 점검키로 했지만 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체의 잘못된 인식을 확 바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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