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손님 준데다 채소·생선 등 가격 급등

▲ 연일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16일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태준 인턴기자

경기침체로 손님 준데다
채소·생선 등 가격 급등
저렴한 상품위주 구매 등
매출 크게 줄어…시름

연일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시장 상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장을 보러나온 주부들은 생물 대신 값이 저렴한 냉동생선을 찾는가 하면 상인들이 꾸려놓은 매대에서 구입할 물건 양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다.

16일 오후에 찾은 울산 남구 신정시장은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온 손님들로 붐빌 시간이었지만 가격흥정을 하는 손님들만 오갈 뿐 한산했다. 손님없는 가게에 상인들만 둘러앉은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경기침체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준데다 채소와 과일, 생선 등 대부분의 식료품 값이 올라 장을 보러 온 손님들도 선뜻 물건을 사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장을 찾은 한 40대 주부는 “시장을 몇바퀴 돌아보다 겨우 가격이 저렴한 멸치를 반찬거리로 샀다”면서 “다 올라 안 비싼 것이 없다. 식재료도 선호도보다는 저렴한 것을 위주로 사게 된다”고 말했다.

물건값이 오르면 소비는 줄고 오른 가격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상인들은 오른 도매가격에 맞춰 값을 올려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신정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도 아닌데 가격이 오르면 손님들이 줄면서 자연스레 매출이 떨어진다. 지난해에 비해 20~30% 가량 떨어졌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감자, 대파, 양파 등 가정에서 많이 먹는 채소들은 대부분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올랐고, 대파 등 일부 품목은 설 명절보다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이는 수확철을 앞둔 채소의 경우 지난해 출하된 물량 소진에 따른 품귀현상과 무, 당근 등의 주산지인 제주도, 남해안 일대의 비 피해 때문으로 산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또 수산물의 경우 어획량이 감소한 일부 어종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고등어값은 한달 여 전 4000원대에서 6000원대로 올라 ‘고등어=서민생선’는 이제 옛말이 됐다. 값이 많이 오른 생갈치의 경우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물건조차 들여놓지 않은 상황이다.

도매가격이 오르다보니 매대에 채소·생선 등을 담은 바구니는 가격이 오르기 전보다 가벼워졌고, 장을 보러나온 주부들은 계산할때마다 한주먹 더 담아달라고 상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진풍경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한우 식육점과 초장집이 밀집돼 있는 남구 수암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암시장에서 10년 넘게 식육점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매출이 지난해보다 20~40%이상 줄었다”면서 “물가가 오르니 소비자들을 저렴한 물건을 찾아 대형마트로 몰리고 대형마트 할인행사에 밀린 전통시장 상인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장 안 슈퍼마켓도 오른 물가와 줄어든 손님을 그대로 반영하듯 일일 객단가는 20% 이상 오르고 매출은 30% 가량 떨어졌다.

상인들은 “물가가 안정화돼야 손님들도 소비를 많이 하고 상인들도 장사할 맛이 난다”면서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돼 얼어붙은 시장에 활기가 돌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3월 들어 날씨가 풀리면 소비도 늘기 마련인데 올해는 지역 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는데다 물가도 오르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서정혜 수습기자 sjh3782@ksi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