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동회견서 선언…“외교·안보·경제 걸친 모든 대북 조치 모색”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윤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과 군사적 갈등 원치 않지만, 선 넘으면 군사조치 상정”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 아니다…핵 동결 논의 시기상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끝났다”며 북핵 해결을 위한 초강력 제재·압박 방침을 천명했다.

또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대 한국 보복 조치 중단과 북핵 해결을 위한 추가적 노력을 중국에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외교 사령탑인 틸러슨 장관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고조되는 위협에 대해 우리의 우방국과 논의해서 평화에 대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며 “분명히 말씀드린다.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전략적 인내’는 언론이 이름 붙인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정책을 뜻한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위협이 이제는 지역(동북아) 뿐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의 위협”이라고 지적한 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포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외교적, 안보적, 경제적 모든 형태의 조치를 모색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우리가 유엔 안보리 제재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취했다고 믿지 않는다”며 대북 제재의 수위를 더 높일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후 이어진 윤 장관과의 회담에서 틸러슨은 제재·압박 추진에 있어 인내심, 일관성, 집요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 차단을 위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 중단 문제 등을 거론했다. 더불어 두 장관은 북한의 불법 활동 차단, 북한에 대한 외교적 고립 조치 등에 한미가 긴밀히 공조하자고 뜻을 모았다.

틸러슨 장관은 대북 군사 행동 옵션에 대해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일 북한이 한국과 (주한)미군을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무기 프로그램의 위협 수준을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된다고 믿는 그 수준까지 간다면 그 옵션(군사적 행동)이 검토될 것(on the table)”이라고 말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윤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북 선제 타격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배석한 당국자가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할 시점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핵 동결을 위한 대화에 대해 “동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잘라 말한 뒤 대화조건이 우선 달라져야 5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은 회담때 대화 추진의 조건이 될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에 대해 “저 멀리 지평선에도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배석자가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과 중국의 요구에 대해 “지난 40년간 한미가 함께 했던 군사훈련이며 매우 투명한 훈련”이라면서 일축했다.

아울러 틸러슨은 “북한이 미국 본토에까지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뒤 “(내일) 중국에 가서 중국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이제 중국은 대북 압력이든 북한과의 관계를 통해서든 이 위협(북핵 위협)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과의 회담에서 틸러슨 장관은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면 안 되며 커다란 전략적 부채라는 점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맥락에서 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에 대해서도 양 장관 사이에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틸러슨 장관은 또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과 주한미군 보호가 목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계속 사드 배치를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정권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중국의 사드 관련 보복 조치에 언급,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는 부적절하고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틸러슨은 밝혔다.

회담에서 윤 장관은 사드 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고, 순수 한국 기업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한미 합작 기업들까지 중국의 보복 피해를 보고 있음을 강조했다.

틸러슨은 “한미동맹은 한반도 그리고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 축”이라며 “우리는 계속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총리와 남은 임기동안 협력할 것이고, 또 한국민들이 뽑을 차기 대통령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정치 변화의 시기에 한국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 민주제도의 힘을 치하드린다”며 탄핵 인용에 따른 대통령 파면 등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우리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한미는 이번 외교장관 회담때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차기 회의를 조기에 열기로 하는 등 직전 오바마 행정부때까지 진행해온 6∼7개 고위급 외교·안보 협의 메커니즘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한편 윤병세 장관은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는 한미 양국이 이미 천명해왔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즉 CVID 방식으로 북핵을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사드 문제에 대해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차기 정부가 어떠한 정부가 되더라도 엄중성과 긴박성을 염두에 두면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외교정책과 안보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는 점에서 많은 국내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고 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오는 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반(反) IS(이슬람국가) 장관급 국제연대회의 계기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 후 약 1시간에 걸쳐 북핵, 사드 문제, 한미동맹 등 3개 주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군위안부 합의의 성실한 이행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배석자는 전했다.
배석자는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외교장관 회담이라 보기에 어색할 정도로 굉장히 실무적이고 구체적 이야기를 했다”며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오전 10시10분께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블랙호크(UH-60) 헬기를 타고 남북 대치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 북한을 향해 ‘무언의 경고’를 보냈다. 한미 공동기자회견 전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예방했으며, 외교장관 회담 후 개인적으로 만찬 일정을 가졌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오전 동북아 순방의 마지막 기착지인 중국으로 떠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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