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아이콘’ 김진태 연호…인명진 비대위원장에 야유 쏟아져

▲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지지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각 지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분 연설에 1억원’…김진태 “1분 연설당 700만원이다”
행사장 신변위협 가능성에 인명진, 경찰에 보호 요청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17일 후보자 비전대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온 ‘태극기 부대’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김관용·김진·김진태·신용한·안상수·원유철·이인제·조경태·홍준표(가나다 순) 등 경선 후보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9대 대선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당은 각 후보 측에 100석씩 자리를 배정했으나 행사장 절반가량은 태극기 부대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며 ‘태극기집회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진태 의원이 입장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팸플릿과 태극기를 흔들며 김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반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일제히 ‘내려와’라고 외쳤다. 이들이 야유와 고성을 쏟아내는 통에 현장의 기자석에서 인 위원장의 연설을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태극기 부대 중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은 홍준표 경남지사 지지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연설 중 “지난 3개월간 인명진 위원장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자 김진태 후보 지지자 측에선 야유가, 홍준표 지사 지지자 측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는 등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이들은 정 원내대표가 연설을 끝내고 내려갈 때도 김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야유와 고성으로 행사 진행이 어려울 지경이 되자 사회를 맡은 김명연 수석대변인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달라.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도 생중계되고 있다”며 참석자들을 진정시켰다.

태극기 부대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촉구 100만인 서명’을 받는 한국당 관계자에게도 “누구 때문에 불행한 대통령이 나왔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이날 후보 연설은 추첨을 통해 조경태·원유철·신용한·김진태·김진·김관용·안상수·이인제·홍준표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김진태 의원의 연설 차례가 되자 태극기 부대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김 의원의 이름을 연호하는 등 행사장 전체가 태극기 집회 현장을 방불케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던 태극기 부대는 김 의원이 “여러분 15분 연설하려고 1억 원 냈습니다. 1분에 700만 원입니다. 제 말 들어주실 거죠”라고 말하자 모두 자리에 앉아 김 의원의 연설을 경청했다.

또 김 의원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하고 묻자 태극기 부대는 “아니오”라고 외쳤고, ‘국정농단이 문제라고 생각합니까’라는 물음에도 일제히 “아니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홍보 유인물 배경에도 태극기와 태극기 집회 사진을 사용해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유도했다.

김 의원이 연단에서 내려간 뒤에도 연호가 끊이지 않자 김 의원과 함께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조원진 의원이 나서 장내를 정리할 정도였다.

김 의원과 경쟁구도를 형성한 홍준표 지사가 연설 중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자 태극기 부대에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후보 연설 후 인 위원장은 식순에 있던 마무리 발언을 생략하고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김 의원은 ‘김진태 대통령’을 외치는 태극기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퇴장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행사장에서 누군가 자신의 신변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인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경찰을 행사장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최근 일부 시민들이 여의도 당사 앞에서 인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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