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만은 2014년 산림청이 지정한 우리나라 제1호 ‘국가정원’이다. 현재로서는 유일하다. 국가정원이 되면 정원관리를 위해 한해 30억~40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국가 예산 지원 외에도 정원산업과 도시브랜드 제고, 관광산업 활성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림청은 ‘지방정원’도 지정해 매칭펀드방식으로 6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충남 태안 안면도, 경주 경북산림환경연구원내 화랑정원, 영월 연당 구곡, 부안 수생정원, 담양 죽녹원 등 5곳이 지방정원으로 지정됐다.

울산시도 태화강공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대선공약사업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태화강은 외형만으로도 국가정원으로 손색이 없다.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십리대숲의 독특한 풍광을 비롯해 계절마다 꽃이 피는 둔치 정원, 연어가 회귀하는 1급수의 맑은 물, 철새가 도래하는 생태환경 등 정원으로서의 기능을 고루 갖추었다. 게다가 차경(借景)을 즐겼던 선조들의 지혜를 빌면 은월봉과 같은 봉우리가 강물처럼 구비구비 이어지는 남산까지 지척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변화된 울산의 상징으로, 그것을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이야기(story)까지 갖추었다. 국가정원으로서의 가치에 더없이 적절하다 하겠다.

태화강은 지난 20여년간 시민들의 참여 속에 발전을 거듭하며 시민의 공원으로 변모해왔다. 그 시작은 대숲보전운동이다. 지난 1992년 태화강변 대규모 공원조성계획과 함께 하천정비를 하면서 대밭존치를 두고 논란이 일기 시작하자 본보는 ‘태화강 대밭을 살립시다’라는 지면을 통해 시민캠페인(1992년 6월26일자부터)을 시작했다. 다행히 이같은 시민들의 염원이 반영돼 십리대숲은 존치가 결정됐다.

역한 냄새가 진동했던 태화강은 1990년대 후반들어 행정력을 집중하고 시민들이 태화강보전회를 만들어 힘을 모은 결과 연어가 돌아오는 1급수의 생태하천으로 변모했다. 택지로 바뀔 뻔했던 드넓은 둔치 ‘태화들’을 지켜 공원으로 조성한 것도 시민들의 힘이다. 수변공간은 모든 시민들의 자산이라는 공감대 속에 지주들의 동의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태화강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모하고 있는 ‘열린관광지’에도 반드시 선정돼야 한다. 열린관광지는 어린이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를 말한다. 중구청은 열린관광지 공모에 태화강 십리대숲을 지원해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열린관광지에 지정돼 공원 이용에 소외계층이 없어진다면 국가정원으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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