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도로, 즉 ‘생활도로’의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50㎞에서 30㎞로 낮추려는 지방자치단체가 점차 늘고 있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문화를 정착시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울산지역에도 곧 시범구간이 신설된다. 서울시는 작년 8월 북촌과 서울지방경찰청 주변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하향하는 등 시범사업에 착수, 상당한 사고예방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루 빨리 확대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생활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좁은 속길 또는 이면도로를 일컫는다. 주택가의 골목길이나 상가 구역의 큰 길과 연결된 작은 도로, 농촌의 시멘트 길 등이 해당된다. 보행자와 차량이 늘 뒤엉킬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으로 보행자 사고의 온상이 된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제일 많고, 그 대부분이 생활도로에서 발생되고 있다는 조사·분석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물을 아무리 설치해도 차량중심의 속도관리 정책으로는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 21만5354건에서 2015년 23만2035건으로 7.7%(1만6681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상자는 32만8711명에서 35만400명으로 6.6%(2만1689명) 늘었다. 사망자도 연간 4000~5000명에 달한다. 차량 보유 대수 또한 ‘1가구 1차량’에 육박한다. 문제는 차량이 늘면서 교통사고가 도심 주요 도로보다는 주택가 생활도로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1만4475명 중 56.6%, 8197명이 폭 9m 미만의 생활도로에서 화를 당했다. 부상자 역시 마찬가지로, 101만6608명의 부상자 중 51%, 51만7989명이 생활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량중심의 속도관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생활도로를 보행자 중심 도로로 운용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가 절실하다. 생활도로 제한속도 하향 추진이 그 일환이 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등 비슷비슷한 교통규제가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결코 지나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보행자 중심의 범 시민적 교통안전 의식 확산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모든 도로에서 보행자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생활도로에서만이라도 보행자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한속도 강화와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