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어제는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는 춘분(春分)이었다. 춘분을 전후해 본격적인 농사가 진행되는데, 이 때부터 농가에서는 춘경(春耕)을 하고 봄보리를 갈며 담도 고친다. 요즘 필자가 사는 상북면 등억리에는 겨우내 텅텅 비었던 논에 물길을 대고 밭에는 비닐로 ‘멀칭’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곳곳에 퇴비와 두엄을 뿌려 봄향기(?)가 진동하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춘분 날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고 했다. <증보산림경제>에 의하면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한다. 또 이날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들며,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하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했다.

종교에서는 춘분일을 극락왕생과 부활의 시기로 보고 있다.

불교에서는 춘분일 앞뒤로 3일씩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보았다. 춘분은 해가 정동쪽에서 떠서 정서쪽으로 지는 날인데, 불교에서 해가 뜨는 동쪽은 현 세계, 해가 지는 서쪽은 서방정토, 즉 아미타부처님이 다스리는 극락정토로 생각해서 이 때 조상들에게 성묘를 하거나 공양을 한다. 고인들이 정서쪽의 서방정토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일본 불교계에서는 ‘하루노 히간’(春の彼岸, 봄의 피안)이라 하여 계절음식으로 ‘오하기’라는 팥떡을 먹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춘분이 부활절을 정하는 기준으로 이용되고 있다. 교회에서는 춘분 후 첫 만월(滿月)이 지난 뒤 첫 주일을 부활절로 정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올해의 경우 4월16일이 부활절이 된다. 부활절 전 40일간을 사순절이라고 하는데, 예수의 부활을 경건하게 기다리는 시기다. 춘분이 부활절 계산의 기준이 된 것은 춘분일을 기해서 낮(광명)이 밤(어둠)을 몰아내고 대지에 예수의 숨결이 퍼져나가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정치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