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울산시 무형문화재 자격을 반납한 전각장 정민조씨. 경상일보 자료사진

제5호 ‘전각장’ 정민조씨
1년6개월만에 지정해제 신청
이례적 행태에 배경 관심
행정당국 무성의 탓 추측도

지난 2015년 지정된 울산시 지정 제5호 무형문화재 ‘울산 전각장(蔚山 篆刻匠)’이 사라졌다. 보유자인 정민조(73)씨가 무형문화재 지정 1년 6개월 만에 돌연 스스로 지정해제 신청을 한 뒤 고향인 부산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보유자의 사망으로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는 사례는 있으나 어렵게 받은 무형문화재 자격을 스스로 내놓는 경우는 드물어 그 배경과 직접적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씨는 10년 전부터 처가가 있던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인근에 작업장을 만든 뒤 각종 돌과 나무를 이용한 전각기술을 전수하고 창작품을 발표해 왔다. 정씨가 시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건 2015년 7월이다. 이후 1년 6개월 간 정씨에게는 월 100만원의 전승보호비와 250만원(연 1회)의 공개행사비가 지원됐다. 2명의 전수장학생에게는 월 20만원씩 보조비가 주어졌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 1월26일 울산시에 문화재 해제신청서를 제출했고, 울산시와 울주군의 만류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있는 부산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시문화재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정씨의 해제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지난 9일 이를 고시했다.

정씨가 어렵게 얻은 무형문화재 자격을 스스로 반납한 것을 두고 지역 문화계에는 행정당국의 무성의에 작가적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씨 본인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현재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에 거처를 새로 마련,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고, 일주일에 이틀씩 진하해수욕장 인근의 작업장을 찾아 간간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작업장 또한 집이 있는 해운대구로 곧 옮겨 갈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 관계자는 “울산광역시 문화재 보호조례에 따라 울산에서 부산으로 거주지를 이동할 경우 시지정 무형문화재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며 “1년 여의 준비기간을 들여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뒤 1년 6개월 간 전승보존을 위해 노력했으나 본인의 의지를 꺾을 수 없고, 법적인 한계에 부딪혀 부득이 자격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무형문화재 지정해제로, 울산시는 장도장(1호), 일산동당제(2호), 모필장(3호), 울산옹기장(4호) 총 4개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게 됐다. 부산은 25건, 대구는 19건, 인천은 22건, 광주 26건, 광주 23건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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