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앤디워홀 이후 팝아트는 우리나라 미술계에도 엄청난 유행을 가져왔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눈에 띄고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2017 올해의 작가 개인전’에서 3~4월의 작가로 선발된 김소리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화면에는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풍의 쇼윈도가 가득 펼쳐지고 그 안에는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게의 풍경이 아닌, 다른 차원의 심상풍경이 펼쳐진다. 작품 <무릉도원>은 작가가 상상하는 파라다이스의 모습이 아니라 과거의 상징적 소재를 차용했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행복과 부귀의 상징으로 선경(仙境)의 경지에 이른 세상을 뜻하는 과거의 이상향으로 그려져 왔고, 복숭아는 예로부터 귀신을 쫓고, 민화에서는 장수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 무릉도원(97x130.3㎝, 장지에 채색, 2015)

이전에 작가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쇼윈도의 일반적인 풍경을 즐겨 그렸다. 그리다보니 쇼윈도는 자연스레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적 세계로 향하는 통로가 되었다. 작가는 “현대인이 느끼는 삭막함을 해소하고 지친 일상의 한 줄기 빛과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새로움을 찾기란 힘들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어떤 것이 작가의 눈을 통해 특별한 것이 되는 것. 이것이 창작의 본질일 것이다.

문예회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 5명 중 첫 주자로 나선 김소리의 작품전은 4월30일까지 울산문예회관 갤러리 쉼에서 열리고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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