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배 울산발전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공학박사

지난 3월20일 울산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신성장동력연구회 주관으로 ‘울산의 물산업과 물관리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물관련 전문가와 시의회 연구의원, 행정기관 담당자 등이 참석해 울산시의 물수요 관리정책과 수자원확보 정책, 신성장동력으로서의 물산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물절약을 위한 초절수 변기, 수자원 확보를 위한 지하댐 개발, 빗물관리를 위한 빗물저금통, 해상 빗물포집시설 등 다양한 정책 제안과 이에 대한 종합토론의 시간이 있었고 지역일간지 보도를 통해 ‘태화강 지하댐’이 이슈가 되었다.

지하댐은 지하수의 흐름을 막아 지하수층에 물을 고이게 하기 위해 땅속에 설치하는 차수벽이다. 지하댐은 증발에 의한 손실이 거의 없고, 지표면에 대한 수몰면적이 없어 댐건설 후에도 종전과 같이 토지이용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구조물의 붕괴위험이 없으며 연중 일정한 수량과 균질한 수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하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선 면밀한 지질조사가 필요하다. 모래층 등과 같이 저수능력이 뛰어나고 지층이 두꺼운 지역 조건이 필요하며, 주변지역은 암반 등의 불투수성 지층으로 둘러싸여 지하댐으로 막은 물이 다른 곳으로 유출되지 않는 지점이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지하댐을 설치운영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취수를 위해서는 많은 유지관리비용이 요구되는 별도의 양수시설이 필요한 약점이 있으며, 지하수 저장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며, 부적절하고 무리한 양수시 지반이 무너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지하수위가 상승해 주변 농작물에 피해를 주거나 주변을 습지화 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약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지하댐을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 상주 이안댐, 영일 남송댐, 공주 옥성댐, 정읍 고천댐 등 농업용수 공급용 지하댐과 속초 쌍천댐 등 생활용수 공급용 지하댐이 있고, 이들 대부분은 중소하천의 상류지역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제안된 태화강 지하댐의 경우 하천의 상류가 아닌 중류에, 또한 중소하천이 아닌 비교적 큰 하천의 본류에 설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충분히 검토된 후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하댐 하류에서의 지하수위 하강에 대한 검토, 둘째, 지하수위 하강에 의한 하천수위 하강과 유지용수 추가확보 필요성 검토, 셋째, 수위조건 변화에 따른 개발가능량 검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고의 노력으로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한 태화강의 지하댐 건설로 인한 생태학적 변화에 대한 검토 등이다.

울산시는 맑은 물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맑은 물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울산시는 오래전부터 낙동강 용수공급 분을 대체할 맑은 물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권역별로 소규모 댐을 건설하기 위한 검토가 있었고, 대암댐의 생활용수 전용 용도전환, 북구 지하댐 건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있었다. 그러나 면밀한 연구와 검토를 통해 현실성, 혹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모든 사업을 중단하였다.

태화강 지하댐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태화강 수질개선을 위한 유지용수 확보를 위해 지하댐 건설을 검토했으나 과도한 건설비용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고 다운동의 태화강 둔치에서 복류수를 개발하는 것으로 선회한 전례가 있다.

본 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제안에 불과하며, 이 제안이 현실성이 있는지, 경제성이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한 후 접근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태화강은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여름에는 백로가 찾아오고, 겨울에는 떼까마귀를 비롯해 각종 겨울철새가 찾아온다. 뿐만 아니라 수달과 삵의 삶의 터전이고 연어와 황어가 회귀하여 산란하는 생태의 보고이다. 태화강의 생태자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맑은 물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배 울산발전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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