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배추 씹을 때
바스락거리는 건 어린 추위들의 연둣빛 마음
세상 어느 것과 비교도 안 되는 그
단 맛 우물거릴 때 입안에서 파들거리는 건
발전소처럼 윙윙거리는 바람떼거나 한 밤,
가슴에 끌어당겼을 먼 마을 불빛, 잔기침처럼 쏘아올린 별들

-중략-

마침내 순해진 고 짐승 어여 와 어여 와! 손주이듯
다독이는 할머니의 다정 같은 게 들어 있다
구체적으로 부서지면서 배추는
그 연둣빛 마음을 씹는 이들 내장에
핏줄 속에 심는다, 하여
입술에 묻은 쌈장 쓱 닦으면서 우리는
바스락거리는 생 하나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마치 장바구니이기나 하듯!

▲ 엄계옥 시인

시가 가장 맛있게 읽힐 때는 행간마다 음식 맛이 배어 있을 때다.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입에 단내를 고이게 한다. 봄 푸성귀는 겨우내 언 땅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다가 봄이 오면 생명에게 땅의 정기를 골고루 나눠준다. 그로인해 생명은 ‘바스락거리는 생 하나를 들고 나’온다. ‘어린 추위들의 연둣빛 마음이’ 봄동배추이니, 봄동배추와 혀가 만나 어우러지며 뒤섞이는 광경을 감칠맛 나게 묘사하고 있다. 봄동배추의 파들거린 육즙이 입안에 가득 고이는 느낌이다. 그 것은 바람떼의 맛이기도 해서 냉이 달래와 함께 음미하면 금상첨화다. 봄 밥상을 떠올리게 하는 달달한 시. 그 맛은 ‘세상 어느 것과 비교도 안 되는 그’ 시 맛이요 봄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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