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선 아이윤안과병원 안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목·어깨 결림과 눈의 피로감부터
피부·정신신경계 증상까지 포함
반복적이고 무리한 작업이 원인
모니터 화면 클수록 눈 피로도 커
컴퓨터와의 거리 30㎝ 이상 유지
1시간 작업 후 최소 10분은 쉬고
맨손체조로 뭉친 근육 풀어줘야
근시·노안 VDT 작업용 안경 도움

직장인 박모(31)씨의 하루 일과는 사무실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서 시작된다. 하루종일 컴퓨터로 업무를 본 박씨는 집에 와서도 취미인 온라임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박씨는 최근 어깨결림과 더불어 자꾸만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은 박씨는 ‘VDT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대중화로 컴퓨터를 통한 작업은 물론 여가시간이나 가정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면서 생기는 질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박씨의 사례와 같이 컴퓨터 사용과 관련된 건상상의 문제를 총칭해 ‘컴퓨터 관련 질환’ 혹은 ‘VDT 증후군’(Visual Display Terminal Syndrome)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VDT 증후군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봤다.

▲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박씨는 최근 어깨결림과 더불어 자꾸만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료사진

◇나쁜 자세와 잘못된 사무공간 등 원인

VDT 증후군은 컴퓨터 작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목이나 어깨의 결림 등의 경견완증후군과 기타 근골격계 증상, 눈의 피로와 이물감, 피부증상, 정신신경계증상 등을 통칭한다.

VDT 증후군의 증상으로는 근골격계의 이상으로 흔히 ‘담’이라고 하는 근육이 뭉치는 느낌과 근육의 통증이 있는 근막동통증후군, 요통이 생긴다. 또 손목의 신경이 눌려져 손가락이 저리게 되는 수근관증후군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근육이나 말초신경의 이상으로 목,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에 통증과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시간 컴퓨터 스크린에 노출된 눈에는 이물감, 충혈, 눈부심 등 안구건조증이나 근시 혹은 굴절 이상의 안과 질환이 발생한다.

VDT 증후군의 원인으로는 △잘못된 사무공간 디자인 △건조한 환경 △품질 낮은 컴퓨터 △컴퓨터 사용자의 잘못된 시력교정 △사용자의 나쁜 자세 △고정된 자세로 반복적인 키보드 입력동작 △휴식 없이 무리한 작업(휴식부족) △사용자에게 맞춰지지 않은 작업공간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모니터 화면이 커질수록 문자나 화상을 보기 쉬운 반면 눈이 건조해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윤영선 아이윤안과병원 안과 전문의는 “대형 화면을 책상 위에 두면 시선이 위로 향하기 때문에 안구가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이 커져 눈이 쉽게 건조해진다”며 “컬러 화면도 눈을 피로하게 하는데, 적색과 청색의 파장이 달라 눈의 초점을 맞추는 근육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트북 PC의 경우 눈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목이나 어깨의 통증을 유발한다. 데스크탑 PC보다 키보드가 작아 손목과 손가락이 저리고 아픈 경우가 많다.

그동안 컴퓨터를 멀리 해온 중장년층이 업무상 불가피하게 컴퓨터를 사용하게 된 것도 VDT 증후군의 피해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윤 전문의는 “중장년층은 눈의 조절기능이 떨어져 VDT 증후군을 일으키기가 더욱 쉽다”며 “근시원시 겸용 노안경을 쓴 사람은 가까운 거리의 물체를 볼 때 안경 아랫부분으로 화면을 보기 때문에 목을 젖힌 무리한 자세를 취하게 되고, 따라서 이 자세를 오래 지속하면 목이나 어깨의 결림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작업 중 적절한 휴식으로 근육 풀어줘야

VDT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면과 눈의 거리를 30㎝ 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다. 화면을 보기 위한 목의 각도가 줄어들어 목이나 어깨 부위의 통증이 줄어들고, 눈의 피로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작업 중간에는 휴식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1시간 작업한 뒤 최소한 10분은 쉬어야 한다. 하지만 눈이 피로하고 어깨근육이 뭉쳤다고 생각되면 1시간이 안 되었더라도 그때마다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 자세로 오래 작업하다 보면 우리 몸의 여러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고, 목과 어깨, 허리 등의 근육이 뭉치기 때문이다. 즉, 피로감이 느껴지면 자주 휴식을 취하고 맨손체조를 통해 몸의 여러 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

또 근시나 노안이 있는 사람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VDT 작업용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일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즐겁게 일하는 게임 제작자들은 하루종일 화면을 쳐다봐도 VDT 증후군 환자가 거의 없는 반면, 하루 서너 시간씩 컴퓨터와 씨름하는 선물시장 딜러들은 젊은 사람이라도 중증의 VDT 증후군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문의는 “일단 VDT 증후군이 의심되는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찰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다른 질병으로 인한 증상을 자가진단을 통해 VDT 증후군이라고만 생각해 방치하면 다른 질병의 조기진단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흔히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눈을 혹사시키고 있으면서도 큰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안과검진을 미루기도 한다”며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만이 안과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안과 전문의를 찾아 주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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