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나트륨

 

가정식 비법육수와 국간장 졸인 맛간장
따로 소금 안넣어도 돼 저염식단 가능
가족들이 느끼는 ‘집밥’ 향수 일등공신

“미끄러지듯 넘어가네. 짜지 않아 좋아.” “달걀노른자가 입안에서 춤을 추고 있어. 아플 때 가장 먹고 싶었던 거야.” “담백하고 시원하다. 입에 착착 감기네.”

마음의 허기가 찾아들 때, 가장 따뜻했던 시절의 맛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지난 1년, 대부분의 시간을 떨어져 생활한 탓이었다. 오랜만에 집에 모인 식구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니 각자 기억하고 있는 맛의 스펙트럼을 이야기한다. 삶이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는 하나, 난생 처음 맞아본 혼자만의 생활은 나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나 또한 기억의 서랍 속에 있던 맛을 꺼내 위로를 받곤 했다.

식구들에게 집밥을 그리워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맛간장’이다. 맛간장은 북어, 다시마, 버섯, 양파, 사과 등 천연재료를 넣고 뽑은 육수에 조선간장과 함께 달여 만든 것이다. 맛간장을 사용해 조리하면 감칠맛이 상승해 소금을 사용 하지 않아도 담백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외식할 기회가 많아지고 편리한 가공식품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따뜻한 집밥의 기억이 퇴색되어 가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맛의 기억은 어떤 것일까. 초등학생에게 집밥 최고의 음식 3가지씩 적어보게 했다. 18명 중 13명이 라면을 꼽았다.

외식 비율이 높아지면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고 강렬한 맛으로 우리의 미각은 무뎌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하루 1회 이상 외식하는 초·중·고생의 나트륨 섭취량은 4409㎎으로, 1회 미만 학생(3767㎎)보다 17%나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으로 권고하고 있다. 소금 5g에 해당하는 양이다. 왜 짜기 만한 소금을 줄이는 것이 힘든 걸까?

단맛이 본능의 맛이라면 짠맛은 생존의 맛이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신경과 근육은 모두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짠맛이 느껴지지 않는 고구마, 사과, 귤 등 자연식품에도 미량의 나트륨이 들어 있으나, 식품 중에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은 소금이다. 소금은 염소(Cl) 60%와 나트륨(Na) 40%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통해서 대부분의 나트륨을 섭취한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식품으로 먹어야만 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의 위험을 상승시킨다. 또한 뼈에 축적돼 있는 칼슘을 소변으로 배설되는 것을 촉진해 골다공증과 요로결석을 유발하기도 한다. 위 세포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고, 갈증으로 청량음료 섭취를 증가시켜 비만인구 증가에도 일조 한다.

▲ 박미애 화봉고등학교 영양교사

교육부는 2017년까지 학교급식 나트륨 함량을 초·중·고등학교 한 끼 기준 평균 1067㎎ 수준으로 저감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에서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금 대신 간장 사용, 칼륨이 풍부한 채소·과일 제공, 가공식품(햄, 소시지, 어묵 등)은 물에 데친 후 사용, 채소 뿌리나 멸치, 다시마 등 천연재료로 육수를 내고 소스류는 직접 만든다.

아울러 가공식품 사용을 가급적 제한하고 있다. 토마토 100g 속 5㎎의 나트륨은 케첩으로 만들어지면 1300㎎이 된다. 밀가루 100g 속 3㎎의 나트륨은 라면으로 가공하면 2100㎎(스프 포함)으로 된다. 천연재료 보다 가공식품을 통해 더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입맛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만큼 맛은 중독성이 강하고 맛의 기억은 고집이 세다. ‘순한 맛의 급식’에 대해 아이들의 ‘맛있다, 맛없다’는 말로만 평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작금의 식생활 습관을 직시하며 거시적으로 학교급식의 나아갈 방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맛은 세대를 잇는 통로이기도 하다. 자녀들에게 어떤 맛의 기억과 미각을 가지게 해 주고 싶은가. 각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현장에서 우리 영양 선생님들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박미애 화봉고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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