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 개념 알리고, 올바른 운전 습관 교육해야”

지난달 13일 오전 10시 45분께. 대전시 유성구 한 지하차도(편도 3차로) 2차로를 달리던 K7 승용차가 갑자기 1차로로 차선을 변경했다.

이 차량은 하얀 매연까지 내뿜으며 급 가속하더니 옆 차로(2차로)를 달리던 오토바이를 갑자기 들이받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날벼락’에 오토바이 운전자(57)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쇄골이 부러지고 갈비뼈에 금이 가는 전치 6주의 상처를 입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뒤따르던 차량이 오토바이가 넘어진 것을 보고 급정거한 덕분에 다행히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차량이 뒤엉켜 큰 인명피해를 낼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전 유성경찰서는 K7을 뒤따르던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K7 운전자 A(55)씨가 고의로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특수상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범행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비켜주지 않아서’ 였다.

A씨 차량 앞에 피해자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었는데, 오토바이가 비켜주지 않자 ‘보복운전’을 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일부러 들이받은 게 아니다. 운전 과실로 일어난 사고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량이 휘청거릴 정도로 급하게 차선 변경을 하고, 옆에서 나란히 달리던 오토바이를 밀어버리는 ‘비상식적인’ 운전을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네티즌들은 “이번 보복운전은 살인미수에 가까운 행위”라는 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이 2015년부터 보복·난폭 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보복운전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하루 평균 9.9명이 보복·난폭 운전으로 입건됐을 정도다.

입건자 대부분은 상대 차량 운전자가 끼어들기를 하거나 상향등을 켜는 등의 행동을 했을 때 이를 참지 못하고 홧김에 과격한 운전을 했다.

급제동·급감속을 해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차량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으로 고의 사고를 냈다.

지그재그 운전을 하고 소음이나 불빛으로 운전을 방해하는 것도 보복운전에 포함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대 운전자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까지 휘두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신촌역 앞 도로에서 상대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하고 폭행한 혐의(특수협박 등)로 30대 회사원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달 초 부산에서는 진로 변경 중 뒤차가 상향등을 켰다는 이유로 급제동하고 차에 있던 둔기로 위협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운전 중 경적을 울렸다는 이유로 상대 운전자를 ‘하이빔(상향등)’으로 위협하고 직장까지 쫓아가 협박 문자를 보낸 20대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남성은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5시 47분께 충남 아산시 한 도로에서 스포티지 자동차를 몰고 1차로에서 3차로로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다가 3차로에 있던 김모(28)씨가 한 차례 경적을 울리자 격분해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김씨 차량을 1.34㎞ 쫓아가며 수백 차례 상향등을 켜고 계속해서 경적을 울렸으며, 피해자의 직장 주차장까지 따라가 피해자 승용차에 적힌 전화번호로 수차례 협박 문자를 보냈다.

보복운전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원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12월 도로 주행 중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대구지법은 지난해 10월 진로를 양보하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차로를 넘나들며 10㎞ 거리를 보복운전을 한 20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보복·난폭운전이 ‘운전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문제라고 설명한다.

보복·난폭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시작된 2015년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복운전의 개념을 운전자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바른 운전습관에 대해 수시로 교육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윤경 도로교통공단 대전충남지부 교수는 “경찰에 입건된 운전자들 대부분 난폭한 운전습관을 오래 전부터 가진 사람들로, 자신의 행동이 보복운전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급제동·급가속하고 상대 차량을 밀어붙이는 등 행동을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운전자들에게 보복·난폭 운전의 기준을 명확히 알려주고, 바른 운전습관을 체득하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자들에게 보복·난폭 운전의 정의를 정확히 알려주는 등 홍보가 필요하다”며 “운전습관을 체득하기 전인 면허 취득 때부터 안전교육, 올바른 운전습관 교육을 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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