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 계단에서 누운 깡통을 본다.
빈 채로 말하는 시대의 생존 구조
깡통은 목숨이었다. 저녁 8시 시청역.

가장 낮은데서 구하는 목숨의 풍경
슬픔의 깊이만큼 어둠은 더해가지만
절망을 넘어선 노래 다시 불러야해.

아직 길이 멀다. 신규 채용, 실업률 감소
돌아갈 그리운 번지 잊은 건 아닌지
눈물이 웃음을 부르듯 그런 시간 어딘가

 

▲ 엄계옥 시인

국력이 ‘깡통에 관하여’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엎드린 채 비좁은 시장 바닥을 끌고 다니는 사람을 볼 때면, 저토록 중증 장애인을 길바닥에 방치하는 나라? 우리는 ‘아직 길이 멀다’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여기는 시청역 지하 계단이다. 오가는 걸음 속에서 깡통을 향해 다가오는 발자국을 세며 그날치의 신규채용 양식이 채워지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날 밤도 각종 매체는 채용이 늘었고 실업률이 감소했다고 떠들었지만 저녁 8시 시청역 지하계단에는 여직 채용 소식이 도착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언젠가는 새봄이 당도한다.

그가 ‘절망을 넘어선 노래 다시‘ 부를 수 있게 지하계단을 벗었다는 소식이 하루 빨리 전해졌으면 좋겠다. 지하를 오가는 발걸음들이 가벼워져서 춤출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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