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주지진을 계기로 ‘울산의 안전이 대한민국의 안전’이라는 목표로 재난 관측 인프라를 지속 확충해 나가겠다는 울산시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시민 불안의 중심에 있는 국가산단내 지하매설배관 통합관리를 위해 시가 ‘울산국가산단 지하매설배관 관리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과 필요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법개정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 참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가산업전진기지의 안정성 확보’와 ‘120만 울산 시민의 안전 담보’외에 어떤 필요성과 경제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산단 지정에서부터 조성,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행사를 하면서 안전문제와 같은 책임은 알아서 감당하라는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즉각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30여개의 정유·화학업체가 입주해 있는 울산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국가공단 등의 지하에는 연료 공급용 가스배관과 화학물질 운반배관, 송유관 등 1694㎞에 달하는 배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대부분이 낡은데다 420㎞의 배관은 아직도 관리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실제로 굴착공사 도중 배관을 잘못 건드려 가스가 새는 사고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폭발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피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사고다. 만약 9·12 경주지진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울산에서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울산시민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때보다 강해지고 있다. 울산녹색소비자연대가 전문기관을 통해 지난 1월10~14일 20대 이상 시민 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안전 인식’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시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원전사고 발생 우려와 산업단지 폭발·가스누출 사고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는 2019년까지 총 290억원을 투자해 ‘국가산업단지 지하 배관 관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센터는 지하 배관의 유지관리와 지원 등 모든 업무를 총괄,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해 지진 등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여기에는 500여명의 산업안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영하는 계획도 담겨 있다. 시는 우선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 기본 실시설계비 8억원 반영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산업부는 여전히 발을 빼고 있다. 울산시에서 먼저 추진하면 상황을 봐서 나중에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울산에서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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