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책임 논란 재점화 전망

 

침몰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지만
승객퇴선 안시킨 해경만 징역 3년
해경청·안보실 등 대처 미흡 지적
승무원·유병언 회장 일가는 처벌

세월호가 23일 침몰 1073일 만에 처참한 모습을 수면 위로 드러내면서 참사 책임자로 지목된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당시 구조·지휘 계통에 있던 인물들은 대부분 처벌을 피해간 탓에 이번 선체 인양을 계기로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무거운 벌을 받은 인물은 무기징역에 처한 이준석 선장이다. 참사 3일 후 구속된 이 선장은 퇴선 명령 등 필요한 구호조치 없이 자신만 빠져나온 혐의로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살인죄가 인정됐다.

유기치사 등의 혐의가 적용된 세월호 1·2등 항해사는 각각 징역 12년과 7년, 기관장은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승무원 11명도 징역 1년 6개월~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임직원, 화물하역업체 관계자도 불법 증·개축, 부실 과적·고박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출항 전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원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역시 법망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에 쫓기던 유 회장은 전남 순천 한 휴게소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유 회장의 장남 대균씨는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다만 유 회장의 다른 자녀 혁기·섬나·상나씨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수사가 중단된 상태다. 프랑스에 있는 섬나씨의 경우 국내 송환을 두고 수년째 현지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승무원과 유 회장 일가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달리 참사에 부실 대응해 피해를 키웠다는 책임 논란이 제기된 구조 당국 관계자에 대한 법적 추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해경에선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지만, 이 선장 등 선원들만을 구조하고 승객 퇴선 조치를 하지 않은 목포해경 123정의 김경일 정장만이 유일하게 징역 3년을 받았다.

오전 9시3분 침몰을 보고받고도 배가 62.6도 이상 기울어진 9시 59분에서야 김 정장에게 “우현으로 난간을 잡고 올라가 승객들을 뛰어내리게 하라”는 동떨어진 지시를 한 지적을 받은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은 참고인 자격으로만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해경이 세월호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하거나 직접 세월호를 호출해 구조를 지시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당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오전 9시 50분 세월호 침몰 위험을 보고받았지만 ‘관계부처와 협조, 현장 상황 파악’ 등 원론적 지시만 하고 경찰교육원 졸업식에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국가재난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세월호 사고를 인지한 지 약 41분이 지난 오전 10시에서야 개략적 내용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상황실은 해경 상황실에 구조 지시를 내리는 대신 보고를 위한 현장 영상부터 보내라고 하는 등 구조 활동에 제대로 나서거나 대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김장수 현 주중 한국대사다.

국정의 총책임자였던 박 전 대통령 역시 3년이 지났음에도 참사 당일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 중이란 보고를 받고도 관저에 머물렀고, 구조가 촌각을 다투던 오후 3시께엔 올림머리를 위해 미용사를 불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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