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병원비 마련 상습절도 사연에 돕겠다는 동정론 이면

희귀병을 앓는 딸의 병원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절도 행각을 벌인 30대 가장의 사연(본보 3월23일자 7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돕고 싶으니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명백한 범죄 행위가 안타까운 사연에 의해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23일 울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여섯살 딸 쌍둥이와 세살배기 막내딸을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분유, 기저귀, 아동의류 등을 훔친 A(37)씨가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40대 여성은 남부서에 전화를 걸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A씨의 계좌번호를 물었고,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A씨가 지원대상이 되는지 남부서를 통해 확인했지만 거주지가 울산이 아니어서 지원의 뜻을 접었다. 남부서에는 이처럼 “A씨를 돕고 싶다”는 전화가 10여통 걸려왔다.

한 포털사이트의 해당 기사에도 “혼자 벌며 생활비에 희귀병에 걸린 딸의 치료비까지 어떻게 마련하는지” “현실이 이러니 자녀를 가지기 두렵다” 등 수천건의 댓글이 달렸다. “사정은 딱하지만 죗값은 치러야 한다” “어려운 사람들이 모두 범죄를 짓는건 아니다” 등의 댓글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아기 용품 외에도 고가의 카메라, 전자제품 등을 훔쳤고, 시간이 없어서인지 되팔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었다”며 “안타깝긴 해도 범죄행위를 한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