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통합 수준은 1995년 이후 2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성별과 나이, 빈부에 따라 차별받고, 사회 제도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의미다. 또 시민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개인이 교육을 통해 사회·경제적 성취를 이루기 어려우며, 사회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정해식) 보고서에 따르면 1995∼2015년 5년 주기로 측정한 사회통합 지수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5차례 모두 지수값 0.2(1 기준 상대값) 수준으로 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특히 사회 구성원이 제도를 통해 권리를 실현하고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자원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역량을 측정한 ‘사회적 포용’ 항목에서는 5차례 모두 꼴찌였다.

‘사회적 포용’ 항목의 세부 지표는 ‘상대 빈곤율’, ‘성별 임금 및 고용률 격차’, ‘비정규직 고용 보호’, ‘비자발적 임시근로자 비율’, ‘GDP(국내총생산) 대비 노인을 위한 사회지출’ 등이다.

이 중 ‘성별 임금 및 고용률 격차’의 지수값은 5차례 모두 ‘0’(30위)이었다. 연구진은 “고용 상태와 임금 수준에서 성별 차이가 심각한 수준이며 20년 동안 변함없는 지수값을 보면 성별 격차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사회통합지수는 ‘사회적 포용’ 외에 타인과 제도에 대한 신뢰와 관용, 시민적 자유와 참여 등을 측정한 ‘사회적 자본’,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회이동’, 민주주의 지수와 자살률, 노동 조건 등이 포함된 ‘사회 갈등과 관리’ 등 네 가지 항목으로 산출했다.

이 중 ‘사회적 자본’ 지수가 22∼23위로 평가돼 다른 지수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하지만 세부 지표(2015년 기준)를 보면 ‘타인과 안전에 대한 신뢰’(12위)나 ‘정부 등 기관에 대한 신뢰’(16위), ‘관용’(9위)이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은 반면 ‘의사 표현, 언론, 집회결사의 자유 등 시민적 자유’는 2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사회이동’ 지수는 ‘교육 성취도’(1위)는 최상위였으나, ‘공교육 지출’(23위) 등 다른 세부 지표가 하위권에 머물면서 전체적으로 24위(2015년)에 그쳤다.

‘사회갈등과 관리’ 지수는 1995년 21위에서 2015년 26위로 악화했다. 세부 지표를 보면 ‘자살률’은 1995년만 해도 상위권(9위)이었으나 2010년과 2015년에는 30위로 내려앉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급여 격차’는 2010년 29위, 2015년 27위로 여전히 하위권이다.

30개 OECD 회원국을 1995년과 2015년 사회통합 지수에 따라 그룹으로 나눠보면 덴마크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의 사회통합 지수가 0.8∼0.9로 가장 높았다.

지수가 0.6∼0.8 수준인 두 번째 그룹에는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8개 나라가 속했다.

사회통합 수준이 중하위로 볼 수 있는 세 번째 그룹은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체코,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10개국이었다. 이들 나라의 사회통합 지수는 0.4∼0.6 사이에 분포한다.

한국이 속한 최하위 그룹은 헝가리, 폴란드, 미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이스라엘 등 8개국으로, 이들 나라의 사회통합 지수는 0.4 이하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국가 간 비교 결과 한국의 사회통합 수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종합지수와 사회적 포용 지수가 20년 동안 순위 변화가 없고 사회갈등과 관리 지수가 악화했다는 사실은 사회통합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발상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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